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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검찰과 법무부

대법 “검찰 공소 취소 후 재기소하려면 새 ‘핵심 증거’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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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스스로 공소를 취소한 후 유죄를 받아낼 확실한 증거를 새로 확보하지 않았다면, 같은 범죄에 대해 다시 기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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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공소 기각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형사소송법 329조 적용범위와 해석 등에 관한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당초 A씨는 2012∼2013년 피해 회사 대표를 속여 총 52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12월 기소됐다.

그런데 1심 공판준비기일 도중 피고인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간접 사실이나 검사의 판단이 기재된 여러 각주가 포함되는 등 ‘공소장 일본주의(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만을 기재하도록 한 원칙) 위반으로 공소 제기 절차가 무효에 해당돼 공소 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 측은 2018년 5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공소 취소장을 제출하면서 공소 기각 결정은 그해 6월 확정됐다.

하지만 검찰은 한 달여만인 그해 7월 수사보고서, 관련 판결문 등을 추가 증거로 확보했다며 이 사건 공소를 재차 제기했다. 공소 취소했던 선행 사건과 이 사건 공소 사실은 기재 내용 자체가 사실상 동일했다.

이에 따른 후속 재판의 쟁점은 검사가 A씨를 다시 기소하는 게 적법한지에 관한 것이었다.

형사소송법 제329조는 ‘공소 취소에 의한 공소 기각의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공소 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해당 조항은) 증거불충분에 따라 공소가 취소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면서 “앞선 재판에서 증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추가된 증거는 ‘다른 중요한 증거’에 해당해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검찰의 재기소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은 “검사가 공소 유지를 위해 수집해 둔 기존의 증거들 및 공소 취소 후 이 사건으로 재기소하기까지 새로이 수집한 증거들이 법관으로 하여금 유죄의 확신을 들게 할 정도의 것인지가 의심스럽다”며 “공소 사실에 대한 증거불충분으로 공소 유지가 쉽지 아니할 것을 우려해 (앞서) 공소 취소를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요한 증거’에 관한 주장에 대해선 “이 증거들은 이 사건 공소 취소 전 수사과정에서 수집 및 조사할 수 있었던 자료에 불과해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수긍했다. 대법원은 “공소 취소 후 재기소는 헌법이 규정하는 ‘거듭처벌 금지의 원칙’에 따라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수 있는 피고인의 인권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란 공소 취소 전에 가지고 있던 증거 이외의 증거로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라고 판시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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