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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폭탄 100발로 헤즈볼라 수장 폭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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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수도 베이루트의 건물 붕괴 현장의 29일 모습. 공습으로 7층 높이의 건물 최소 4채가 파괴됐으며 당시 나스랄라는 건물 지하 벙커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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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가 사망하면서 지난 7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엘 하니예 피살 당시 제기됐던 중동 내 확전 우려가 또 한번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28일 레바논 파병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고, 친이란 무장세력 연합체 ‘저항의 축’은 일제히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사망 직후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 국경에 병력을 집결하면서 지상전을 준비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29일 이스라엘 채널12 등에 따르면 27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 이스라엘 제69 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편대는 공습을 시작했다. 편대는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의 건물을 공습했다.



이란 “1981년처럼” 파병 언급레바논 지상전 가능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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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이스라엘의 건물 공습을 피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레바논인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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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28일 이 공격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했다고 밝혔고, 헤즈볼라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나스랄라는 ‘저항의 축’의 핵심 세력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었다.

2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새로운 질서(New Order)’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 ‘벙커버스터’라고 불리는 미군의 2000파운드(907㎏)급 BLU-109 등 폭탄 약 100개를 퍼부었다.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인 아미차이 레빈 준장은 이번 작전에 “폭탄 약 100개가 사용됐으며 전투기가 2초 간격으로 정확하게 이를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은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지휘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회동 장소를 정밀 타격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정보망의 위력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연설에서 “‘악의 축’의 중심이자 이스라엘·미국·프랑스 등의 국민을 대거 살해한 나스랄라 제거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이스라엘 북부 주민을 귀환시키고 역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으려면 나스랄라 제거가 필수 요건이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향해서는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며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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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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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이스마엘 하니예가 피살된 후에도 개입을 자제해 온 이란은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 지원을 선언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고 촉구했다.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 국제문제 담당 차관은 이날 “우리는 1981년에 그랬듯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은 1980년대 초반 내전 중이던 레바논에 혁명수비대를 보내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오늘날의 헤즈볼라가 탄생했다.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사망 직후에도 베이루트 인근에 대한 폭격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28일 현재 누적 사망자는 모두 1030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6352명이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준비 움직임도 포착됐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대비해 레바논과의 국경에 탱크를 비롯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시킴에 따라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날 이스라엘 북부와 텔아비브 등을 향해 미사일 90발을 발사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향후 관건은 이란의 보복 수위다. NYT는 29일 “테헤란의 지도자들은 나스랄라 사망과 베이루트 폭격 후 이스라엘에 반격할 주체는 레바논 무장대원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며 이란이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 사망 직후 하메네이가 소집한 긴급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CNN에 “만약 이란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대리 세력들 사이에서 이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번 사태가 온건파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서방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시점에 발생해 이란의 입장에선 사태 개입이 ‘이스라엘의 덫’에 걸려 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확전 우려가 커지자 미국 국방부는 중동에 병력 증파를 검토하고 있다고 NBC가 전했다. 현재 중동엔 약 4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앞서 국방부는 지난 23일에도 “중동에 소규모 병력을 추가 파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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