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김완기 특허청장
AI벤처와 가품 모니터링
피해기업 대신 삭제 요청도
“IP는 기업 성공의 필수조건
가치평가 시스템 보완할 것”
AI벤처와 가품 모니터링
피해기업 대신 삭제 요청도
“IP는 기업 성공의 필수조건
가치평가 시스템 보완할 것”
김완기 특허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강남구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AI를 활용한 짝퉁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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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앞바다에서 생산한 미역이 한국 ‘태안산 청정미역’으로 둔갑해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특허청이 직접 나서 짝퉁상품을 근절하고 국내 기업 경쟁력과 K-브랜드 가치를 지키겠습니다.”
김완기 특허청장(53·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범람하는 해외 짝퉁 상품을 근절하려면 민간기업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며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AI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기업 신고 없이도 위조상품이 확인되면 특허청이 직접 상품 삭제를 요청하는 등 능동적으로 짝퉁 상품 근절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취임해 곧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청장은 지난 1996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뒤 30여년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정책과장, 통상정책국장, 무역투자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자타공인 ‘산업통’이자 현장형 리더로 꼽히는 그는 부임하자마자 중소기업·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현장을 누비며 기업들이 원하는 특허 행정을 실현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 그가 가장 공들이는 분야가 바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브랜드 짝퉁 상품 근절이다. 특허청은 김 청장이 부임한 올해 6월부터 민간 AI 스타트업 페이커즈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짝퉁 모니터링 사업을 시범 도입했다.
김 청장은 “공모를 거쳐 선정된 AI 스타트업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11개 국내 브랜드의 짝퉁 상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모니터링 브랜드를 130개로 확대하고 특허청의 모니터링 인력과 협업해 빈틈없는 감시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해 기업이 직접 요청하지 않아도 특허청의 요청만으로 짝퉁 상품 페이지가 곧바로 삭제될 수 있도록 해외 플랫폼들과 협의 중”이라며 “이미 알리와 MOU를 체결했으며 테무 등 다른 플랫폼과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대리인 의무 지정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김 청장은 “현재 해외 플랫폼은 위조상품 유통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지 않지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해외 이커머스의 책임감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중소기업계 영원한 화두인 대기업 기술 탈취 문제에도 칼을 들었다. 특허청은 이미 앞서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3배에서 5배로 강화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통과에 중심 역할을 한 바 있다. 5배 징벌배상은 중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이다.
김 청장은 “기술 유출·탈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징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피해 기업의 소송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법정외 증인 심문 허용, 기술탈취 혐의 기업 자료 보존 명령제 등을 도입해 피해기업의 소송 부담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특허침해소송 시 변리사 역할 확대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변리사·중기·벤처업계는 전문 인력을 활용하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특허소송시 변리사·변호사 공동 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는 “변리사 역할을 확대해달라는 업계 요구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만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기 위해 해외 주요국가의 제도를 들여다보는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최근 자본시장 불황으로 인한 스타트업 ‘데스벨리(초기 자금을 소진한 후부터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3~7년차 기간)’를 극복하기 위해 지식재산권(IP) 가치평가 시스템과 IP금융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성공사례로 취임 후 방문한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지에프퍼멘텍의 예를 들었다.
김 청장은 “자금압박에 시달려 생사의 기로에 섰던 회사가 미생물 발효공정 특허에 대한 IP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10억원을 대출받아 기사회생에 성공했다”며 “IP금융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50% 가까이 증가하고 영업익도 흑자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발표된 유럽특허청(EPO)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를 출원한 스타트업은 특허가 없는 스타트업보다 창업 초기단계 자금조달 가능성이 6배 이상 높았다”며 “스타트업·중소기업이 글로벌 특허를 선점하고 정당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마지막으로 AI·바이오·로봇 등 핵심 신성장 사업을 위한 특허청의 지원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성장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산업 분야의 민간 퇴직자를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내년 1월에도 60명의 전문심사관을 충원할 계획”이라며 “특허청은 이제 단순히 특허를 심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식재산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역동성 있는 한국 경제를 만드는 능동적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허청이 지난 26일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민관 협력 위조상품 대응강화 컨퍼런스’에 전시된 다양한 가품 사진. <사진 제공=특허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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