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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치료제 없고 예후 불량한 담도암, 면역항암제로 장기 생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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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사망률 22개국 중 1위 담도암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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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도암은 한국인에게 그리 익숙한 암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담도암 발생률은 세계 34개국 중 2위, 사망률은 22개국 중 1위일 정도로 높고, 유독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다. 담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7~8개월에 그칠 정도로 짧다. 여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도는 암이 생겨도 빠른 진단이 어렵다. 담도가 십이지장까지 이어지는 경로 주변을 간이 둘러싸고 있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기도 쉬운 탓에 담도암 환자 중에는 특히 말기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비율이 높다. 또 말기 담도암 환자는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제 개발과 도입이 늦은 담도암 치료환경으로 또 한 번 고충을 겪는다. 최근까지도 1차 항암치료법으로 화학항암요법이 유일할 만큼 치료제 개발이 더뎠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히 담도암 치료에도 기존 약제보다 더 효과와 안전성을 높인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치료환경이 바뀌고 있다. 면역항암제 중 하나인 더발루맙의 임상연구를 비롯,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해당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리얼월드데이터(RWD)’ 연구에도 참여한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점차 개선되고 있는 담도암 치료에 관해 들어봤다.

- 담도암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담도암은 보통 황달이나 통증 등의 증상을 통해 발견되거나 초음파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진단된다.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고, 담도의 구조상 조기 검진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약 20~30%만이 수술이 가능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발견돼 치료가 쉽지 않다. 치료가 어려운 이유로는 치료 옵션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꼽을 수 있다. 담도암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선 흔한 암종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드문 편이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활발히 치료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암종 대비 관심이 저조했다.”

소화 돕는 담즙 이동 통로인 ‘담도’
간에 둘러싸여 발견 쉽지 않아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제 개발 더뎌
최근까지 ‘화학항암요법’이 유일

새 치료제 ‘더발루맙’ 임상연구서
5년 이상 생존 등 ‘긍정적 효과’
건보 적용으로 환자들 부담 줄여줘야

경향신문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담도암 발병 비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

“과거에는 간흡충 감염이나 담석, 염증성 질환 등이 담도암 발병과 관련이 높았다. 이 때문에 간흡충 감염을 유발하는 민물고기 섭취가 많은 지역에서 담도암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이런 요인의 영향은 감소했으나, 정확한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인종적인 특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짐작한다.”

- 담도암 면역항암제의 임상연구와 ‘RWD’ 연구에도 참여했는데, 연구·임상 현장에서 느낀 바가 있는지.

“면역항암제 도입으로 4기 담도암 환자의 장기 생존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더발루맙 임상연구에 초기부터 참여한 환자 중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환자들도 있다. 1년 이상 생존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과거에 비하면 치료환경이 매우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또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와 달리, RWD 연구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연구 참여 기준에 벗어난 환자에게도 치료제를 사용한다. 이번에 발표된 전 세계 대규모 RWD 연구에선 임상연구와 유사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실제 현장에서도 환자들의 장기 생존 기대가 가능하단 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 담도암 면역항암제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사용에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안다.

“모든 약제가 허가 이후 보험 급여까지 시일이 걸리기에 그 기간 동안에는 치료 현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새로운 치료제가 있다고 환자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처방을 할 때 애로사항이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부분적으로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고,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 이런 문제가 일부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환자들에겐 부담이 크다.”

- 화학항암요법과 면역항암제의 병용치료를 약 6개월 동안 시행한 후 면역항암제 단독치료로 넘어가는데, 각 치료법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화학항암요법도 지속해야 치료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해 면역항암제 단독치료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더발루맙의 임상연구 결과, 그리고 다른 면역항암제인 펨브롤리주맙의 연구 결과를 비교했을 때 치료 효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확인돼 그 우려가 해소됐다. 실제로 화학항암제 투여 종료 이후 더발루맙을 단독으로 투여하는 환자의 삶의 질이 더 높아졌다. 화학항암제 병용치료를 할 때는 3주에 두 번씩 병원 방문이 필요한데, 면역항암제 단독치료를 하는 환자는 4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하면서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 실제로 눈에 띄게 효과를 보여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가 있나.

“앞서 언급한 임상연구 참여 환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임상연구에 참여해 면역항암제 치료를 시작한 지 햇수로 5년이 된 환자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CT에서도 거의 암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최근에 연구 참여를 중단하고 경과 추적만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아직 종양이 남아 있지만 커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어 4주에 한 번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으면서 생존해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기적에 가까운 경과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담도암 치료환경이 앞으로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도 될까.

“현재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담도암 치료 성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암을 예로 들면 현재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비롯해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을 뿐 아니라 3차 치료까지 보험 급여 지원이 되고 있다. 그에 비해 담도암은 1차 치료에서만 보험 급여가 적용될 뿐, 2차 치료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제가 전무하다. 오랫동안 새로운 치료 옵션이 부재했다가 효과 좋은 새로운 면역치료제가 등장했는데도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기 어렵다. 다른 암종에 비해 소외된 담도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 담도암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아직도 생소하게 여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환자들조차도 치료가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담도암은 치료제가 없고 예후가 불량해 사망으로 금방 이어지는 암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환경이 좋아지고 있으니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잘 받기를 바란다. 또 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병원 치료에만 의존할 필요도 없다. 치료 중 부작용 등으로 힘든 과정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 일상 유지가 가능하다면 일이나 여행 등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고령의 환자들은 치료를 중도에 중단하는 경우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치료를 받게 될수록 일상의 행복을 누리려고 노력한다면 긍정적인 예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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