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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영풍 "최윤범 쪽 이익구조 안 나와" 고려아연 "마지막에 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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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고 있다"며 MBK와 영풍을 비판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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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MBK)와 고려아연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결국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 시한이 임박해 승부수가 될 ‘패’를 내놓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대항공개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최 회장 쪽은 저희처럼 (이익) 구조가 잘 안 나온다”며 “우린 경영권이 있는 주식인데 반해 최 회장 쪽은 경영권 없는 주식이라 누가 더 비싸게 사줄까 싶다”고 말했다.


영풍·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이 최대 48%까지 늘어나고 이 주식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최 회장은 우군을 동원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도 소수 지분밖에 살 수 없고 이 주식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주식이라 시장 가격 수준에 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공개매수가 끝나면 70만원대로 치솟은 현재 주가가 50만원대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다른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최 회장의 대항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강 사장은 “(영풍은) 짧게는 7~8년, 길게는 10년 동안 기업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하며 “향후 주가가 100만원, 120만원을 갈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 (비싼 가격에 사 당장 손해로 보이는 부분은)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각 우려에 대해선 “저와 김광일 MBK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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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시한(다음 달 4일) 막판까지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마지막 이틀 사이에 결정된다고 봐야 하는데 이때 거래량이 급등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져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 시한이 임박해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어 고려아연은 미리 대항공개매수를 위한 패를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휴일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시한까지 3영업일 남았지만, MBK가 공개매수가를 변경하면 공개매수 기간은 10일 늘어난다.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면 최단 20일, 최장 60일 동안 진행된다. 공개매수를 둘러싼 수 싸움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최윤범 회장은 마지막 패를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를 비롯해 국내 기업인들을 접촉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중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투자와 관련해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투자 여부를 논의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국내 기업인 중엔 평소 친분이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 경영권 방어 투자를 부탁했다고 한다. 한화 계열사가 직접 투자에 나서면 이사회 승인 문제를 비롯해 배임 등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에선 김 부회장이 지원에 나선다면 개인 차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다음 주 최 회장 우군의 움직임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MBK 공개매수 대결의 방향은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안보 싱크탱크 SAFE는 이날 링크트인에 올린 게시물에 영풍·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 시도”로 규정했다. SAFE는 MBK를 “중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의 사모펀드 회사”라며 “MBK와 영풍이 지난주 세계 최대 정제 아연 생산업체이자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기타 소재 주요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MBK와 중국과의 강력한 유대 관계를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시해야 한다”고 게재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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