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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자사주 취득 공방…영풍 "계열사 특수관계" vs 고려아연 "협력관계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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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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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27일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위법이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는 영풍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과 최 회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변호사들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공개매수 기간 중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그로 인한 회사 및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 경영권 분쟁의 공정성과 합법성 등이 쟁점이었다.


영풍 "계열사 특수관계" vs 고려아연 "협력 관계 단절"

영풍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특별관계자 포함)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는 매수를 하지 못한다. 이를 '별도 매수 금지 의무'라고 한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동일한 기업집단인 영풍 그룹에 속해 있으므로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 지분율은 15.9%다.

이에 따라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적인 취득도 별도 매수 금지 의무에 포함되므로 이 또한 위법이라는 것이 영풍의 논리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과의 신탁계약에 따라 고려아연의 주식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영풍이 고려아연을 지배하지 않으므로 특별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자본시장법은 '형식적으로 특수관계인이라고 하더라도 공동 보유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규제 목적상 특수관계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협력 관계가 단절됐고 영풍이 MBK와 경영 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고려아연 회장 측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약정함에 따라 더 이상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없다"며 "이를 공시함에 따라 공식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4년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주당 5000원 배당을 제안한 데 대해 영풍은 주당 1만원의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고려아연 측 제안에 61.4%가 찬성하고 영풍 측 수정안에 38.3%가 찬성했다"며 "영풍은 고려아연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특히 적대적 인수를 위한 공개 매수하고 가처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영풍이 고려아연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영풍은 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이므로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수관계인 계열 회사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풍 "선관주의의무 위반" vs 고려아연 "합리적인 경영 판단"

영풍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자기주식을 고가에 취득하면 회사 자산의 감소로 이어져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영풍은 "현재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의 주가가 급등했다"며 "따라서 실질 가치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경우 시주가 등으로 취득한 경우와 비교해 그 차이에 상당한 만큼 회사 자산의 감소가 발생하고 결국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주가는 다시 하락하게 된다"며 "공개매수 기간에 높은 가격으로 취득한 주식을 공개매수 기간이 종료된 뒤 하락한 가격에 처분하게 되면 그만큼 차액만큼 손해가 현실화한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특히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회사의 이익보다 특정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주의의무는 법률적으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업무를 처리할 때 일반적인 사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회사의 이사나 경영진 등에게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요구되는 법적 책임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자기 주식을 직접 취득하더라도 고려아연이 그 주식을 반드시 소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으로서는 공개매수 종료된 이후 소각 이외의 방법으로 자기 주식을 우호 세력에게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 자기주식 취득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기 때문에 선관주의의무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취득 수량에 대해서 점차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법 개정과 관련 심사 보고서 등 국회 자료를 보면 법 개정 취지를 경영권 방어 수단을 확충하기 위해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처럼 자사주 취득을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입법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취득은 제3자 신규 발행과는 달리 다른 주주에게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며 "본질적으로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으로서 배당과 유사한데 주주 사이의 불평등 등의 불공정 문제로 발생하지 않고 주주 가치가 제고되는 효과가 발생해 상당하고 합리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밝혔다.


영풍 "경영권 강화" vs 고려아연 "약탈적 M&A"

재판에서는 공개매수의 성격과 경영권 분쟁의 본질에 대한 논쟁도 이뤄졌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약탈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이 수십년 이상 최씨 일가가 안정적으로 경영을 해온 회사인데 영풍은 고려아연의 경영진이 1대 주주 영풍의 경영 대리인이라고 주장한다"며 "주주 구성을 따지면 고려아연에는 영풍 외에도 소액주주나 기관 투자자 등 다수의 주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풍은 장씨 일가족 1명이 비상임 이사로 이사회에 참가하고 있을 뿐"이라며 "고려아연의 현재 경영진은 소수 주주의 지지를 받아서 영풍이나 장씨 일가만이 아닌 전체 주주의 수임인으로서 고려아연을 경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영풍은 MBK와 손을 잡고 공개 매수를 선언했고 이것이 성공해 현재의 경영진을 배제하고 경영권을 빼앗아 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적대적인 M&A이고 이제껏 경영권을 가져본 적도 없는 영풍이 경영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며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풍은 "이 사건 공개매수는 채권자가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 강화 노력의 일환일 뿐"이라며 "외부 세력의 적대적 약탈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영풍은) 지난 25년 동안 고려아연의 확고한 신의의 주주였고 지난 9월 기준 영풍 측의 지분은 33.1%로 채무자 최윤범 측의 15.6%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고려아연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 개인의 지분은 1.84%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경영해야 하는 본인의 역할을 저버리고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부딪히자 반발하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MBK와 손잡고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1주를 7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쪽이 33.9%를, 영풍 측이 33.1%를 가지고 있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14.6%를 추가로 확보하게 돼 영풍 측 지분율이 52%가 된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공개매수 기간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제한하려는 것이 이 가처분 신청의 핵심이다. 영풍과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한 뒤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만약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고려아연은 자사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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