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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레바논 침공' 가정 지상전 훈련까지… 이스라엘과 네타냐후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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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접경지서 지상전 모의 훈련
"기동 준비, 군화가 적 영토로 들어갈 것"
미국·이란·헤즈볼라 전면전 원치 않는데
이, 눈엣가시 제거·가자 시선 분산 노리나
미 "21일 휴전안 제안"… 타결 여부 주목
한국일보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25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티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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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충돌해 온 이스라엘이 지상전 예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헤즈볼라를 공격한 '무선 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폭발' 테러 이후 연일 격화하던 충돌이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은 모습이다.

확전을 원치 않는 미국은 국제사회 여론을 동원해 '21일짜리 휴전' 압박에 나섰다. 헤즈볼라와 이란에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다만 이스라엘 입장은 다르다. 공세 고삐를 죄는 데에는 얻을 것이 적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레바논 지상전' 예고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드론 지휘관 제거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은 이날 북부사령부 산하 7기갑여단을 찾아 "우리는 기동을 준비하고 있다. 즉 여러분의 군화가 적의 영토로 들어갈 것"이라고 연설했다. 지상전 시사 발언이다.

실제 7기갑여단은 이튿날인 26일 레바논 국경에서 불과 수 ㎞ 떨어진 산악 지대에서 지상전을 가정한 모의 기동훈련도 벌였다. "북부전선 '적 영토'에서 벌어질 다양한 전투 시나리오를 놓고 작전·군수 준비태세를 강화했다"는 게 IDF의 설명이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폭격은 이날까지 나흘째 이어져, 공군이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목표물 약 75곳을 공습했다. 특히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한 아파트를 겨냥한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무인기(드론) 지휘관 무함마드 후세인 사루르를 제거했다.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이래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미사일 등 공중 테러를 지휘한 인물"이라고 IDF는 성명에서 밝혔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45기를 발사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25일 공습으로만 71명이 숨지고 22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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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 마라자윤에서 25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마라자윤=E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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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확전 방지에 나섰다.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전역에서 즉각적인 21일간의 휴전을 촉구한다"는 미국·프랑스의 공동 성명이 나왔다. 협상을 주도하는 양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독일 등 12개국이 성명에 동참했다.

미 AP통신은 레바논 관리를 인용해 "미국 주도하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협상의 목적은 (최대) 4주간의 일시적 휴전"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LBCI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며, 진중하고 진전된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26일 "미국과 프랑스의 (휴전) 제안에 총리가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며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에 대한 공습 강도를 낮추라고 군에 명령했다는 일부 보도를 놓고도 "사실에 반한다"며 "총리는 군에 전력을 다해 (헤즈볼라를) 폭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왜 '지상전' 강수 두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 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선이 7주, 바이든 대통령 임기는 4개월 남은 상황에서 백악관은 갈등을 끝낼 조치가 특히 시급하다"고 짚었다. 아랍 관리들은 "미국의 계획은 양측 공격을 (휴전으로) 멈춰 세운 뒤,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영구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란과 헤즈볼라 역시 전면전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 중동 소식통은 헤즈볼라가 '자신의 나라가 가자지구처럼 파괴되기를 원치 않는' 레바논 시민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무기 소모를 피하고 싶은 이란 역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본다고 WP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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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일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 EPA·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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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만은 입장이 다르다.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은 부담이 따르지만, 이득도 적지 않다. 먼저 공격의 가장 큰 명분인 ①'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 귀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②앞선 유엔 결의안대로 헤즈볼라를 국경 30㎞ 밖으로 밀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이스라엘·헤즈볼라가 전쟁을 벌였던 2006년 결의안 1701호를 통해 양측 국경과 레바논 리타니강(약 30㎞ 거리) 사이 비무장지대 설립 등을 촉구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③가자지구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효과도 크다. 때마침 가자지구 전쟁이 1년을 맞는 10월 7일이 불과 열흘가량 남은 시점이다. 다른 전선 상황이 이목을 끌면 가자지구 내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국내 비난 여론을 분산시킬 수 있다.

엇갈리는 계산 속 미국이 내놓은 '21일 휴전안' 타결 여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이날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논의에 우호적이라며 휴전이 곧 타결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부를 지탱하고 있는 이스라엘 극우파는 '헤즈볼라에 재정비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며 휴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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