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딥페이크는 기술 이름 일뿐... 범죄 때문에 생긴 오해”
무대 위 스크린에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띄워져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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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차이)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최종 후보 15명이 발표된 뒤, ‘즉석 질문’에서 던져진 질문 중 하나다. 최근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나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질문의 적절성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었다.
26일 온라인상에는 ‘현재 논란 중인 미스코리아 질문’ 등을 제목으로 한 게시물이 확산했다. 게시물에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촬영된 사진 한장이 담겼다. 이를 보면, 무대 위 스크린에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띄워져 있다.
미스코리아 공식 계정에 올라온 전 대회 수상자들을 소개하는 영상 배경에서도 이 같은 질문이 띄워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진 역시 온라인상에 퍼졌다. 다만 현재 이 영상은 공식 계정에서 사라진 상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기술을 이용해 사진이나 영상, 음성 등을 합성해 조작 사진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공신경망을 통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이다. 연예인 등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음란물 비디오에 합성하는 성범죄로 악용된다. 하지만 흐릿한 사진을 뚜렷하게 만들거나 죽은 사람의 사진으로 비디오를 만드는 기술, 늙은 배우가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기술도 딥페이크를 이용하고 있다
◇ “왜 부정적인 단어 썼나, 둔한 질문” VS “AI 기술 용어일뿐, 왜 범죄로 해석하나”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에, 이 같은 질문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딥페이크 기술 자체가 범죄란 말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잘못됐고, 매우 둔감한 질문이다. 차라리 ‘AI 기술로 본인과 닮은 얼굴’ 이런 식으로 바꿨야 했다” “왜 하필 딥페이크라는 단어를 가져다 쓴 거냐. ‘보정된 사진이나 영상’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됐던 거냐” “그냥 AI 기술이라고 하지, 요즘 시기에 저 단어 자체가 부정적이고 논란인데 굳이... 애초에 갭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 등이다.
일각에서는 “딥페이크는 AI 기술 용어 중 하나인데, 왜 굳이 범죄 측면으로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딥페이크를 악용하는 범죄가 나쁜 거지, 딥페이크 기술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 등의 의견을 냈다. 이에 다른 네티즌이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가 공론화된 지 채 몇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을 간과했다” 등 주장으로 반박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질문의 적절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판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도 이어졌다. 현재 대회 최종 수상자를 알리는 주최 측 게시물에는 “미스코리아로서의 공익적 책임감을 원한다면서 이 대회 주최자들은 그 어떠한 책임감이나 윤리의식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미스코리아 자질과 어떤 연관이 있길래 한 질문이냐” “사이버 세상에서 비치는 허구적 미가 과장되어 표현되는 시대에 현실 세계의 진정한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듣고 싶었던 거라면, ‘보정 앱’ 등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딥페이크 단어를 선택한 게 충격적”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 주최 측 “딥페이크 범죄 때문에 생긴 오해”
주최 측은 “딥페이크 범죄가 최근 크게 문제가 돼 ‘딥페이크’란 단어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생긴 오해”라고 했다.
미스코리아를 주최하는 글로벌디엔비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딥페이크라는 건 기술의 이름일 뿐”이라며 “현재 볼 수 없는 과거의 인물이나 나의 과거 사진, 혹은 가족의 과거 사진을 넣었을 때 동영상으로 바꿔주는 추억 회상용 딥페이크가 요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의 현재 모습 보다 딥페이크 속 내가 더 예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의도로 만든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제가 된 딥페이크 범죄 때문에 안 좋은 방향으로 오해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절대로 그런 의도가 아니었으니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서도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낸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이었다”며 “AI 기술이 영화, 광고, 교육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세태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질문을 제시한 것이었지만, 현재 딥페이크가 성적 불법 영상물로 악용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질문에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했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 유통 사례가 적발되면서, 당국도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비롯한 허위 영상물 등의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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