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 상도역점 황성구씨(왼쪽)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황씨는 퇴직금으로 개업했다가 본사와의 분쟁에 휘말려 노후를 망칠 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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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 상도역점 점주 황성구(65)씨는 2021년 8월 날벼락을 맞았다. 맘스터치 본사에서 가맹계약 해지 통보를 해 온 것이다.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을 주도했던 그가 전국 가맹점에 우편물을 보내면서 본사를 비방하는 허위사실을 담았다는 게 이유였다.
본사는 앞서 “허위사실 유포”라며 그해 4월 황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불송치(무혐의) 결정이 나왔지만 본사는 집요하게 이의신청, 항고, 재정신청까지 했다. 하지만 모두 기각되자 몇 차례 내용증명을 보낸 뒤 가맹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그리고 두 달간 식재료 공급을 중단했다.
5년의 임대차계약 기간이 절반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계약해지 시 장사를 더 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2년6개월치 임대료(월 350만원) 등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는 “노후가 비참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집을 처분하고 낙향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싸우기로 했다. 식재료 공급 중단 조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일단 영업중단 위기를 넘긴 그는 공정위와 법원에 잇따라 사건을 들고 갔다. 3년간의 투쟁 끝에 지난 1월 공정위에서 승리한 그에게 지난달 29일 법원에서도 낭보가 날아왔다. 서울중앙지법은 “맘스터치 본사는 황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황씨는 “이겼지만 아직도 찜찜하다. 아직 본사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듣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왼쪽)과 한국 버거킹이 가맹점에 주는 사전 정보공개서. 각각 1200쪽과 70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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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계의 ‘풍요 속 빈곤’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5175개이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지난해 8759개로 늘었고, 가맹점 수도 2019년 25만여 개에서 2022년 35만 개로 폭증했다. 기술도, 노하우도 없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게 자리부터 인테리어, 물품 공급까지 모두 해주는 프랜차이즈로 쏠린 결과다.
하지만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규모가 크지 않아 내·외부의 견제·감시 시스템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정보 비대칭성은 가맹점주에 대한 본사의 갑질 논란으로 곧잘 이어진다.
본사가 점주를 수익원으로 보는 관행도 여전하다. 상당수 프랜차이즈는 로열티가 아니라 물품 고액 공급 등 이른바 유통 마진(차액가맹금)을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불투명성도 문제다. 계약 시 예상 매출액과 비용 등 정보를 담은 정보공개서를 주지만 불투명하거나 부실한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25일 서울 강남구의 더본코리아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도 바로 이런 불투명성, 즉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에 대한 예상 매출액 허위 제공 의혹 때문이다.
1980년대에 이런 갈등을 먼저 겪은 미국은 공개하는 정보의 차원이 다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미국 버거킹의 사전 정보 제공 서류는 분량이 1200쪽에 달한다. 반면에 한국 버거킹의 같은 서류는 70쪽이다.
■ ‘한국의 아킬레스건’ 자영업…51명의 슬픈 현실을 듣다
665만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섰다. 소득의 추락, 과잉 경쟁과 과잉 노동, 원가 급등과 부채 급증이 그들을 옥죄고 있다. 자영업 문제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저출산·고령화·인구·복지·빈부격차·지방소멸 등 우리가 직면한 모든 논란거리가 자영업 문제에 결부돼 있다. 지체의 늪에 빠진 한국이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반드시 털어야 할 난제다.
중앙일보는 창간 59주년을 맞아 자영업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 기획 보도를 시작한다. 먼저 두 달간 발품 팔아 만난 자영업자 51명의 목소리를 토대로 5일에 걸쳐 그들의 비참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도한다.
후속 보도를 통해서는 숨은 문제들을 발굴하고 국내외 정책들을 점검하면서 해법과 대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각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자와 국민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특별취재팀=박진석·조현숙·하준호·전민구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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