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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격’ 레바논, 이스라엘보다 헤즈볼라가 더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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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국경을 넘나드는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25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티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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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500명 이상이 숨지고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하고 있지만 헤즈볼라와 달리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어떠한 군사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한 무력 대응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전담하고, 레바논 정부는 이를 인정·묵인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내 정치에서 영향력이 크고, 이란이라는 강력한 시아파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 극심한 내전 후폭풍으로 레바논이 정치·경제적 공동 상태에 빠져 있는 점 등이 복잡하게 맞물린 결과다.



레바논 외무장관 압둘라 부 하비브는 24일(현지시각)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 뉴욕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강력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며 “미국만이 레바논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야말로 우리의 구원 열쇠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전면전은 누구의 이익도 되지 않는다. 외교적 해결책은 여전히 가능하다”라고 한 발언을 꼬집으며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 것이다. 나지브 미카티 총리도 레바논이 사실상 준전시 상황임에도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했다.



자국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계속된 폭격에도 레바논 정부가 ‘외교’에만 집중하는 데에는 복잡한 국내외 배경이 깔려있다. 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에서 독립한 레바논은 1990년 타이프협정으로 오랜 내전을 끝내면서 마론파 기독교가 대통령, 시아파 무슬림이 의회 의장, 수니파 무슬림이 총리 직을 나눠 맡기로 했다. 128석의 의회 의석은 기독교계와 무슬림이 반분하기로 했다. 모든 무장조직이 해체됐으나, 시아파의 헤즈볼라만은 예외였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에 대항하는 ‘합법적 저항세력’으로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남부에서 준국가적 위상을 구축한 헤즈볼라는 1990년대부터 레바논 총선에도 참여해 현재 의회에 상당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주요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9년 총선 때 헤즈볼라 동맹은 과반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는 한몸은 아니지만 공생 관계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직후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대해 레바논 정부는 초기에 잠시 우려를 표했으나 이내 찬성했다. 이스라엘과의 영토 분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반응이었다. 당시 아브달라 부 하비브 외무장관은 헤즈볼라에 대해 “레바논의 이익을 아는 자들”이라며 “이스라엘이 모든 미해결 분쟁을 해결하기 전까지 레바논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는 물론 무력자제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관계 분야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으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이란의 테러 활동을 위한 전진 기지로 만들도록 허용해왔다”며 “레바논 관리들에 따르면, 레바논은 결코 헤즈볼라를 무장해제하지 않을 것이다. 내전으로 이어져 국가를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전과 지역 전쟁 중 지역 전쟁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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