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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전범기업' 프레임에 명예훼손 맞불···영풍-고려아연 신경전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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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최윤범 회장 접촉설 나온 日스미토모 겨냥 '전범기업' 맹비난

고려아연 “추측성 소문 근거로 허위 보도자료 배포···강력한 법적 조치 취할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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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전범 기업’ 프레임까지 씌우자 고려아연이 명예훼손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영풍은 24일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 '옛 전범 기업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은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중국계 자본'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씌워놓고 본인들은 일본의 대표적 전범 기업과 '라인야후 경영권 강탈' 논란을 일으킨 일본 기업과 손잡으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미토모는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 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전범 기업 287개사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출장에 나서 일본 소프트뱅크, 스미토모 등 기업 관계자들과 회동하며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 비난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고려아연 측은 “당사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의 성공을 위해 온갖 마타도어와 추측성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엔 추측성 소문을 근거로 거짓 허위사실까지 보도자료로 배포한 영풍 측에 엄중하게 경고한다”면서 “당사는 일부에서 나온 추측성 보도를 근거로 당사를 전범기업과 접촉하고 손을 잡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당사를 음해한 영풍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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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이들은 우리의 기술, 미래에는 안중에도 없다”면서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고 밝혔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은 전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려아연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함께할 것이며 영풍·MBK와는 절대로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에 오른 인물로 지난 40여년 간 고려아연의 성장사를 지켜본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 그리고 모든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이룬 것”이라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처리하는 원료는 한국에서 1톤도 나오지 않는데 지난 10년 간의 영업이익률이 12.8%”라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겨냥해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를 일으켜 국민에게 빚을 졌으면서도 이제 와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면서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한 반면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면서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 고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풍 측은 “석포제련소는 2019년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면서 한때 고려아연에 카드뮴 제련의 원료로 카드뮴 케이크를 판매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다른 외부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영풍과 자로사이트 케이크와 카드뮴 케이크 등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연을 생산하고 남은 최종 잔재물이 자로사이트 케이크인데 현재는 양사 모두 공법을 변경하여 더는 자로사이트 케이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자로사이트 케이크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있어 재처리를 통해 금속 성분을 더 추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몇 년 전 고려아연과 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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