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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 '캐디만 처벌' 골프장 실명 사고, 검찰 재수사 결과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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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재수사에서도 '골프장 경영진' 불기소 결정

"캐디 안내 따라 쳤을 뿐" 불기소였던 '타구자' 추가 기소

피해자 측 "재정신청, 법원에서 기소 여부 결정해 달라"

골프장에서 일행이 친 공에 맞아 30대 여성이 실명한 사고에 대한 재수사를 벌인 검찰이 또다시 골프장 경영진은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신 공을 친 타구자를 추가 기소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캐디에게만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고, 피해자 측은 "애초 골프장 코스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며 항고해 검찰이 재수사를 벌였습니다.

캐디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으나, 지난 7월 항소심에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습니다. 피해자 측은 검찰 재수사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골프장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법원이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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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원주의 한 대형 골프장. 드라이버 티샷 위치 앞 왼쪽에 골프카트를 주차하는 구조로, 안전을 위해 옆이나 뒤에 카트를 세우는 다른 코스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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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티샷 위치 전방에 골프카트 주차하는 구조

사고는 2021년 10월, 강원도 원주의 한 대형 골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지인들과 골프를 치던 중 4번홀에서 또 다른 여성과 함께 골프카트 뒷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해당 홀은 드라이버 티샷 위치보다 약 10미터 앞 왼쪽에 카트를 세우는 구조였습니다. 안전을 위해 드라이버 티샷 위치 옆이나 뒤에 카트를 주차하는 일반적인 골프 코스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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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코스는 처음부터 왼쪽을 겨냥해 골프공을 쳐야 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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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해당 코스 왼쪽엔 높은 산이, 오른쪽엔 낭떠러지가 있었습니다. 카트가 세워진 왼쪽을 겨냥해 공을 쳐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캐디는 B씨에게 공을 치라고 안내했습니다. B씨가 처음 친 공은 코스 밖으로 나갔습니다. 캐디는 "한 번 더 치라"고 권유했습니다. 이때 친 공이 강하게 왼쪽으로 휘었고, 카트 어딘가에 부딪히고 튕겨 A씨 눈에 맞았습니다. A씨는 안구 적출을 하는 영구 실명 피해를 입었습니다.

캐디만 기소한 검찰, 재수사에선 타구자 추가 기소

사고 이후 피해자 A씨는 골프장 대표 등 경영진과 캐디 그리고 타구자 B씨를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캐디만 기소했습니다. 골프카트 안에 사람이 없어야 했는데, 캐디가 안전 준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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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자 B씨가 친 공은 왼쪽으로 강하게 휘면서 카트 어딘가에 부딪히고 튕겨 A씨 얼굴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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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경영진은 캐디들에게 수시로 안전교육을 했고, 해당 코스가 지자체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봤습니다. 타구자 B씨는 캐디 안내에 따라 공을 쳤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가, 이번 재수사에선 과실치상혐의 등이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첫 번째 공이 크게 휘어서 코스 밖으로 나갔던 만큼, 전방에 사람이 있다면 더 주의했어야 했다고 본 겁니다.

검찰 불기소이유서엔 골프장 경영진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캐디 등을 상대로 다양한 사건사고를 공유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꾸준히 노력 ▲카트 탑승자는 타구자 뒤편 또는 안전장소에 대기하도록 여러 차례 교육 ▲골프장 설계가 전문가에 의해 이뤄졌고, 관계기관의 승인을 얻어 준공 ▲구조상 결함을 인정할지라도 캐디 안전교육 등을 통해 구조상 결함을 보완했다는 내용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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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불기소이유서.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골프장 경영진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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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카트의 잘못된 정차 위치에 기인한다기보다 타구자의 미숙한 티샷과 고소인 등을 카트에서 내려 뒤쪽에 대기하도록 조치하지 않은 캐디의 경기 운영 미숙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칙대로 카트 안에 사람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피해자 측 "교육만 했다고 끝?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했어야"

피해자 측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골프장 경영진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초보 골퍼가 친 공은 크게 휘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고, 카트가 딱딱한 쇠로 되어 있는 만큼, 골프공이 카트에 맞고 어디로든 튈 수 있다는 겁니다. 카트 안에 사람이 없었어도 언젠가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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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골프장의 다른 코스 모습. 안전을 위해 카트는 타구자 옆에 세워져 있고, 다른 사람들은 타구자 뒤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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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김영미 변호사는 "교육만 했다고 골프장 경영진 책임이 없는 게 아니"라며 "진행 간격이 워낙 짧은 한국 골프장 특성상 캐디들이 빠른 진행을 위해 카트 안에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가능성까지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카트 주차 공간에 그물망 설치 등 최소한의 안전 조치만 해놨어도 이런 끔찍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골프장 측은 사고 이후 카트를 드라이버 티샷 지점 뒤편에 주차하도록 공사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사고 이후 공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엄청난 트라우마로 대인관계에서도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청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면 인허가, 안전 승인 아냐"

검찰이 골프장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준 이유 중엔 '관계기관의 승인'이 있습니다. 전문가가 코스를 설계했고, 지자체가 허가를 내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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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 관계자는 "최소한의 시설 기준을 갖췄으면 그냥 인허가를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 카트를 세워도 안전하다고 인정한 게 아니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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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원도청 관계자는 골프카트 주차 위치 등은 허가 내용과 무관하다며, 검찰 판단과 다른 설명을 했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최소한의 시설 기준을 갖췄으면 그냥 인허가를 해주는 것"이라며 "카트를 거기다 세우라고 승인해 준 게 아니다. 우리한테 사업계획서 갖고 올 때 그런 내용 자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골프장에 점검을 갈 때마다 절대 타구자 앞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골프장 측 "사고 예측 불가"…법원서 기소 여부 최종 결정

골프장 측은 "코스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골프장 측 관계자는 "기준을 맞춰서 설계해 허가받은 거고, 20년간 사고가 안 났다. 거기서 사고가 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타구자가 비정상적으로 쳤을 때도 그 정도 각도를 칠 수가 있을까? 그게 좀 의아하다"고도 했습니다. 캐디들에게 여러 차례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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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측은 "20년간 사고가 안 났고,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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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이 재정신청을 함에 따라 골프장 경영진에 대한 기소 여부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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