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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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9월 24일 10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하면서 국민연금도 고민에 빠졌다. 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가치가 1조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수익 실현 적기가 찾아왔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가 시장에 메시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초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분쟁 당시를 돌이켜보면 결국 지분 일부를 덜어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7.6%) 가치가 1조1000억원(주당 70만원 기준)을 넘어섰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공개 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 9000억원 수준이었던 지분 가치가 4거래일 만에 급등했다. 경영권 분쟁 전 55만6000원이던 주가는 이날 10시 기준 69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가치가 오르면서 국민연금도 이익 실현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지만, 쉽사리 행동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66만원보다 높은 만큼 장내 매도가 수익률 관점에선 유리한 선택이지만, 장내 매도 시 지분율 감소 공시를 해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공개매수에 응하자니 MBK파트너스 편을 든 것으로 읽힐 위험이 있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실패할 경우, 연금이 수익 실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위험도 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대다수 기관투자자의 고려아연 평균 취득 단가는 45만원이다. 통상 공개매수 이슈가 끝나면, 주가는 다시 공개매수 이전으로 돌아간다. 공개매수로 모든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일부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고려아연 지분 일부는 덜어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초 엔터테인먼트사인 에스엠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지분 절반을 장내 매도로 덜어낸 바 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해 주가가 급등하자, 8.98%였던 에스엠 지분을 4.32%까지 줄여 12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평균 취득 단가가 45만원이라고 가정하고, 70만원에 전량 매도하면 4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둘 수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선택에 리스크가 있다면, 수익률 관점에서 움직이는 게 연금 입장에선 최선”이라며 “다만 너무 많은 지분을 팔면 시장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일부를 덜어내는 선에서 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우선 이날 오전 11시에 열리는 고려아연 기자회견 내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희박하지만, 최윤범 회장 측이 투자자를 확보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고려아연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영풍 측과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6.98~14.61%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돼 경영을 맡게 된다. 업계 추산 고려아연 지분은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측이 33.13%, 최윤범 회장 측이 33.26%다. 잔여 유통 물량이 22.92%인 것을 감안하면, 장 고문 측이 7%만 확보해도 최 회장 측은 절반을 넘길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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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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