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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의사 블랙리스트 구속 뒤 모금 행렬…경찰 “명단 게시 엄정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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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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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지키는 의사들 명단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독립투사’ 등에 비유하며 모금 운동에 나서는 움직임이 의사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피해 의사나 환자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경찰은 의사 명단 공개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한 의사’ 누리집 주소 유포자 3명을 특정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의료계와 정부 설명을 들어보면, 최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난 20일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아무개씨에게 후원금을 송금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 명단을 텔레그램을 통해 제작·유포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구속된 정씨를 응원하는 후원금 규모는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자신을 부산 피부과 원장이라 소개한 ㄱ씨는 정씨에게 500만원을 보낸 인증 화면을 갈무리해 올리며 “내일부터 더 열심히 벌어서 또 2차 인증하겠다”고 했다. 메디스태프 커뮤니티에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를 비난하며 “일제강점기 때도 동료를 팔아 자신만 잘 먹고 잘산 매국노들이 있었다. 너네 때문에 숭고한 독립투사 한명이 구속됐다”고 적은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비슷한 움직임은 의사·의대생 관련 단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구속 이튿날인 21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정씨를 면회한 뒤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한 데 이어, 22일엔 의대생 학부모 모임인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이 정씨 가족에게 1000만원을 전달했다.



블랙리스트 게시를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영웅시하는 의료계 분위기에 대한 우려는 의사 사회 안에서 나온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블랙리스트로 이름이 공개된 동료가 응급실 근무를 포기하기도 했다”며 “피해자 고통은 안중에 없는 의사들 분위기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경찰은 엄정 수사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명단 게시 등을 통해 집단적 조리돌림 행위를 하는 것에는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여전히 의사 명단 공개를 이어가고 있는 ‘감사한 의사’ 누리집과 관련해 “접속 링크를 공유한 3명을 특정해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수사 의뢰와 시민단체 고발에 따른 의사·의대생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응급실 미수용 사태 속에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며 막말을 한 메디스태프 게시 글 30건에 대해 경찰은 보건복지부 수사 의뢰로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간호사들을 향해 “장기말 주제에”, “그만 나대라”, “건방진 것들”이라며 비방한 박용언 의협 부회장에 대한 고발장도 이날 서울경찰청에 접수됐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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