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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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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스리랑카 대통령에 좌파 야당 디사나야케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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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5·가운데) 스리랑카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확정 발표 뒤 모여든 취재진을 보며 걸어가고 있다. 콜롬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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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사태 2년여 만에 실시된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내걸고 무장투쟁을 벌였던 좌파 정당의 대표가 당선됐다.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대선 개표 결과 인민해방전선(JVP) 대표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5) 후보가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디사나야케 후보는 1차 개표에서 42.3%로 1위를 했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상위 1·2위만 다투는 2차 개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50% 넘게 득표한 것으로 집계되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스리랑카 대선에선 유권자가 선호 후보를 3명까지 기표할 수 있다. 1차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개표에서 상위 1·2위를 대상으로 2·3순위 후보 기표를 포함해 다시 집계한다.



또 다른 야당 국민의힘연합(SJB) 대표 사지트 프레마다사(57) 후보가 1차 개표에서 32.7%로 2위에 올랐으며, 현 대통령인 라닐 위크레마싱헤(75) 후보는 경제난에 대한 불만 여론을 넘지 못하고 1차 개표에서 17%로 3위에 그쳐 2차 개표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디사나야케 당선자는 당선 확정 뒤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희망과 기대로 가득찬 몇백만의 눈동자가 우리를 앞으로 밀고 있다. 함께 스리랑카 역사를 다시 쓰자”고 호소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디사나야케 당선자는 1968년 중북부 갈레웰라의 중산층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학생 시절인 1987년 인민해방전선에 입당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1960년대 좌파 세력이 결성한 인민해방전선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내건 정당으로, 지금도 낫과 망치가 그려진 적기를 당기로 사용한다. 1970년대와 80년대 두차례 무장봉기를 전개해 8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전력이 있으나, 무장투쟁 노선을 버리고 현재는 제도권 정당이 되었다.



당시 사건에 대해 디사나야케 당선자는 2014년 “무장투쟁 당시 일어나서는 안 될 많은 일이 우리 손에서 일어났다. 이에 항상 깊은 슬픔을 느끼며 충격을 받는다”며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좌파 정당이지만, 스리랑카 다수민족인 싱할라족 민족주의 성향도 보인다. 2000년대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소수민족 타밀족 반군인 타밀일람해방호랑이(LTTE)를 상대로 벌인 내전을 지지했다.



인민해방전선은 현실 정치에 뛰어든 뒤에도 줄곧 비주류 군소정당에 머물렀다. 현재 의회 의석도 단 3석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난으로 2022년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선언한 상황이 디사나야케 당선자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 디폴트 선언 당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군용기를 타고 국외로 도주했고,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마싱헤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9억달러(3조8천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약속을 받았고, 세계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제는 2022년 -7.3% 역성장했으나 올해는 2.2%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구제금융 지원에 따른 긴축 정책과 세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고통은 커져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 빈곤율은 지난해 기준 25.9%로 4년 연속 악화했다. 디사나야케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국제통화기금과 재협상을 주장해왔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줄리 코잭 국제통화기금 대변인은 “스리랑카가 많은 진전을 이루었지만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어렵사리 얻은 것을 잘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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