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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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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댓글로 北 공작원 접선"… 검찰, 민노총 전 간부에 징역 20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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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월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의 간첩 혐의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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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령으로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전직 간부에 대해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중 석씨가 보관하던 암호키를 확보해 역대 가장 많은 북한 지령문 90건과 보고문 24건을 파악했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 심리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공판에 민주노총 전직 간부 4명이 출석했다.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씨,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씨 등 4명에 대한 결심 공판이었다.

검찰은 북한의 남측 접촉선이었던 석씨에게 징역 20년, 김씨에 징역 10년, 양씨 징역 7년, 신씨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중형이 선고돼야 할 이유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범행을 지속했다"며 대한민국 전체를 위험에 몰아넣고 헌법 가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석씨는 2017년 9월 캄보디아, 2018년 9월 중국, 2019년 8월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다. 접선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계단에서 대기하다가 정각에 손에 들고 있는 생수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 ‘손에 들고 있는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2~3차례 닦는 동작’ 등 수신호까지 미리 약속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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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북한은 석씨 등에게 민주노총 내부 동향 보고와 민족해방(NL) 계열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 지지, 산별노조 장악 등을 요구했다.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자료, 평택 화력·LNG 저장탱크 배치도 등의 수집도 지시했다.

특히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 석씨가 이끈 조직은 '지사', 민주노총은 '영업1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총회장님'으로 표기됐다. 지사장 격인 석씨는 민주노총 내 지하조직 구축과 간부 포섭 등의 활동을 했다. 석씨에게 포섭된 김씨는 2017년 9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고, 2018년 4월부터 북한 지령에 따라 강원조직의 지사장을 맡아 별도 조직도 구축했다.

김씨는 유튜브 영상 댓글로 북한과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2022년 8월, 오토바이 열쇠 없이 시동 거는 방법을 설명하는 한 유튜브 영상에 김씨가 "이 오토바이는 오르막길에서 잘 나가지 않네요"라고 덧댓글을 썼다. 암호키 훼손으로 교신이 원활하지 않자, 북한 문화교류국에서 지령문으로 해당 영상 제목과 링크를 보냈고, 접선 불가능하면 "오르막길"을 쓰라고 데 따른 댓글이었다. 유튜브 댓글로 북한 공작원과 통신한 첫 사례다.

국정원은 이들과 북한 공작원이 접선하는 현장이 담긴 동영상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해외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부채를 펴는 등 사전 신호에 따라 길가에서 서로를 확인한 뒤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는 수법이 담겼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증빙된 북한 지령문 90건, 보고문 24건은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반면, 석씨 측은 몰래 촬영된 영상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 석씨 변호인은 "국정원이 외국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 CCTV 촬영물은 외국에서 수사할 때 적법한 절차로서 국제형사사법의 공조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동의나 승낙 없는 촬영 영상은 기본권 침해가 크고 영장주의를 위배한 강제수사"라고 변론했다.

석씨도 최후진술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구속하는 일이 21세기에도 국정원과 검찰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생각하는 것조차 처벌할 수 있는 초헌법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석씨 일당은 지난해 구속돼 있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선고는 11월 6일로 잡혔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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