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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일본은 벌써 여기서 돈 버는데”…K방산 美 뚫어야 산다는 전문가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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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상호조달협정 안 맺으면
사실상 美에 방산 수출 어려워

일본은 2016년에 협정 맺고
美와 첨단무기 공동 개발도

전문가들 “미국 대선 직후
신속하게 체결 추진해야”


매일경제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SM-3 요격미사일이 2017년 2월 3일 하와이 서해안 해상에 전개한 미 해군 구축함 ‘존 폴 존스함’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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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차트에는 들어갈 수 없는 방탄소년단(BTS). 세계 4강을 향해 달려가는 K방산이 처한 현실이다.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대규모 수출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방산시장에 들어갈 ‘입장권’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방산 분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상호국방조달협정(RDP) 체결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미국산우선구매법(BAA)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제조된 부품이 절반 이상 쓰이지 않은 외국산 방산제품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50%의 비용을 부과한다. 원가 기준 자국산 부품 비율은 올해엔 65%였고 2029년에는 75%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미국과 RDP를 맺지 않은 나라의 방산기업들은 미국시장에서 제값보다 50%나 비싼 가격표를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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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RDP가 체결되더라도 단기간에 대미 방산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RDP가 없다면 국내 방산기업들이 미국시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장 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이 세계적인 정세불안 속에서 경제·군사 안보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협력 틀인 RDP가 없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4위)을 빼면 방산수출 상위 15개국에 포함된 미국의 우방국 중 RDP를 맺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정부는 지난 2022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RDP 체결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 넘게 지난 지금에도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 간 방산수입액의 72%를 미국에 집중했다. 반면 국내 방산기업들의 대미(對美) 수출은 사실상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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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1963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세계 28개국과 RDP를 체결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주요 동맹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방산시장 진입 문을 열어줬다. 일본도 2016년에 미국과 RDP를 맺었다.

장 연구위원은 “방산제품도 미국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 다 통하는 것”이라며 영국의 BAE시스템즈 등 유럽권 방산기업들도 RDP 체결 이후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해 기업을 성장시켰다고 소개했다.

방산업계에서는 RDP가 국내 중소 방산기업에 미칠 여파를 보완하되 체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박태준 HD현대중공업 비상계획관(예비역 육군 대령)은 “갈수록 K방산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언제 종결될지 모르는 글로벌 전쟁 속에서 K방산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DP 체결 등) 미국과의 방산협력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 계획관은 현역 시절 주미 군수무관단에서 근무했고, 방위산업진흥위원회 RDP 민간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RDP를 통해 미국과 기술교류를 활성화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첨단 방산기술 개발, 확보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RDP를 체결한다고 미국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RDP를 통해 각각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계획관은 일본이 2016년에 RDP를 체결해 미국과의 SM-3 대(對)탄도탄 공동연구 개발을 본격화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과 SM-3 공동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4년 5월에 북·중·러의 극초음속 무기 요격미사일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아직 내세울 만한 미국과의 공동 연구개발 실적이 없는 한국과는 크게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위원도 “미국과 첨단 무기체계를 공동 개발, 생산하고 글로벌 마케팅까지 함께 하는 큰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RDP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이미 첫발을 뗀 한미 간 RDP 체결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동맹국과 더욱 협력해야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대선 결과로 인해 바뀌지는 않는 까닭이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미국 대선 이후 당선인 측에게 한미 간 RDP 논의 가속화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협의 모멘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계획관은 “미국의 요구에 부합하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에 대한 방산 협력이 RDP에 포함되도록 해야한다”며 한국형 RDP 협력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해양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절실한 한국의 함정 건조·유지보수정비(MRO) 등이 유망 협력 분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향후 미국과의 RDP 협상 대비 작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FTA의 성격의 RDP로 인해 예상되는 불이익을 사전에 파악하고 정책지원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RDP 체결 이후) 국내 방산기업이 미국에 들어가면서 겪을 수 있는 난관이나 해법 을 제시할 수 있는 정부 안팎의 전문가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부가 RDP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업계의) 문제점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비나 정책적 지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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