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선거… 영광·곡성 가보니
군수 자리 놓고 민주·혁신당 격전
양당 지도부까지 가세 ‘공들이기’
영광·곡성군수 재선거 민심은
“거시기해도 민주당이 꽉 잡고 있응께”
“지역 엉망인데 해결해 주는 군수 필요”
“정당 아닌 인물 보고 뽑을 것” 목소리도
영광 최근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접전
곡성선 민주당 지지율 60.3%로 우세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기자가 주말 새 영광·곡성에서 만난 주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의 맹주’란 걸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정도의 차가 있지만 제각각 견제론을 얘기했다.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한창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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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광에서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혁신당 장현 후보와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접전을 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박빙 양상을 보이자 양당 지도부가 이들 군수 선거에 직접 ‘참전’하면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22일 영광터미널시장에서 만난 A(70)씨는 “여기가 민주당 표가 많이 나와버리니까, 아무리 거시기해부러도 민주당이 여기는 꽉 잡고 있는 것”이라며 “혁신당 안에도 민주당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4·10 총선에서 혁신당이 호남에서 선전한 것도 결국 민주당 고정 지지층의 ‘선택’에 따른 것인데, 이 선택이 민주당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걸 의미하는 건 아니란 설명이다.
이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B(72)씨는 “조국이랑 민주당이랑 거시기하고 있는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여는 민주당이지”라면서도 “중요한 건 지금 군수 자리가 비어서 지역이 엉망인데 이런 걸 해결해주는 거지. (민주당·혁신당 후보) 두 사람이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영광읍 칠거사거리 근처에서 만난 자영업자 정영석(48)씨는 “영광에 ‘그래도 민주당’ 하는 게 분위기긴 한데 조국 대표가 정성을 보이니깐 마음 간다는 사람도 여럿 있더라”며 “작은 당에서 그리해주니깐 민주당도 저리 신경 쓰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냐 혁신이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가 22일 전남 영광군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오른쪽) 사무실에서 장 후보 지지를 선언한 8개 청년단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광=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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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 칠거사거리 부근 민주당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선거사무소엔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인사들이 찾아 지원에 나서면서 지역 정계 인사들과 유튜버들이 한때 북적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도 23일 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쌀값 안정화 등 지역 현안을 주제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미 추석 연휴 전부터 영광과 곡성에 월세살이를 하며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터다. 그 영향인지 KBC광주방송·리서치뷰가 지난 11∼12일 진행한 영광군수 재선거 여론조사에서 혁신당 후보 지지율이 36.3%, 민주당 30.1%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흥미로운 건 진보당도 지지율 19.8%로 선전하고 있단 것이다.
실제 주민들 사이에선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투표하겠단 목소리도 여럿 확인됐다. 영광터미널시장에서 해산물 소매업을 하는 조모(70)씨는 “(4·10 총선에선) 비례에 혁신당을 다 찍었는데 군수선거는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시골에서 벌초도 하고 고추도 따고, 바닥에서 이렇게 하는 사람이 없다”며 “(재선거 특성상 당선되더라도) 임기가 짧으니깐 민주당만 할 건 아니고 진보당 후보도 시켜보고, 아니면 혁신당 후보도 시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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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과 함께 민주당과 혁신당의 호남 집안싸움 전장 중 한 곳인 곡성군수 재선거 여론조사(KBC광주방송·리서치뷰, 9월11∼12일)에서는 민주당 조상래 후보 지지율이 60.3%로 혁신당 박웅두 후보(21.0%)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우위를 점한 모습을 보였다.
곡성에서 40년간 택시 운전을 해온 김모(69)씨는 20일 기자와 만나 군수 재선거와 관련해 “다 엔간하면 민주당이지”라며 “사람 됨됨이도 보고 허는데, 그래도 당이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만 곡성 주민들 사이에서도 민주당 견제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건 쉽게 확인됐다.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60대 남성 최모씨는 “경상도에서 국민의힘 찍는 거나 여기서 민주당 찍는 거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너무 기득권화됐다. 변화가 필요한데 그게 쉽지는 않다”며 “(군수 재선거도) 민주당이 이길 확률이 높다. 7대 3 되려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혁신당에 대해 “(민주당에) 경각심을 줄 수도 있고, (혁신당이) 이기면 더 좋고 지더라도 근소한 차로 지면 (민주당이) 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석곡전통시장에서 5년째 신발장사를 하고 있다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군수 재선거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란 뜻을 밝히면서 “여기 민주당이 우세한 건 맞다. 그런데 이제 (혁신당 등) 다른 당이 와서 서로 공약도 경쟁적으로 내고 싸우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인물이랑 좋은 공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냐 혁신이냐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 나선 장현 후보(〃 세번째)를 돕기 위해 지난 19일 영광읍 한 카페에서 영광 재향군인회 세탁봉사단과 대화하고 있다. 영광=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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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민주당 견제론이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 간 ‘공중전’도 점차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국회 본회의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조 대표가 불참한 걸 두고 양측에서 날 선 말이 오가는 것도 이런 호남 쟁탈전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채 상병 특검법 상정 이후 혁신당 의원들 자리를 찾는 모습이 뉴스핌TV 촬영 영상에 포착됐다. 정 의원은 여기서 “조 대표는 왜 안 오는 거야”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발언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자 전날 페이스북에서 조 대표에게 사과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동네 선거하나. 부끄럽다. 지방의원인가’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무엇이 중한지를 가리는 감각도, 왜 비판받는지를 성찰하는 염치조차 잃었다면 이미 고인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주장했다. 혁신당 조 대표가 최근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을 “고인물”이라 지적한 데 대해 “상한 물”이라 맞받은 것이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김 최고위원의 ‘화려했던’ 정치 이력에 대해서도 굳이 언급 않겠다”며 “김 최고위원이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왜 민주당 땅에 혁신당이 얼쩡거리느냐’ 아니냐. 호남에서 두 당이 경쟁하면 ‘상한 물’이 되냐”고 비판했다. 여기서 ‘화려했던 정치 이력’은 김 최고위원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캠프로 옮겼던 전력을 부각한 것이다.
영광=김승환 기자, 곡성=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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