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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윤 대통령 ‘체코 원전’ 매달릴 때, 한국경제는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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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케이비(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가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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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1.9% 사상최저 ‘외화내빈’
임금 증가 미흡, 가계 소비 취약
한은 금리 인하는 부동산이 발목
경기회복 이끌던 반도체 주가 급락



통계청이 9월11일 ‘8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69.8%, 실업률은 0.1%포인트 내린 1.9%라고 했다. 통계청의 밋밋한 발표에 몇군데 별표를 치고 싶었던지 고용노동부가 ‘참고’ 자료를 냈다.



“15세 이상 고용률(63.2%, +0.1%p)·경제활동참가율(64.4%, 0.0%p)이 역대 최고, 실업률(1.9%, -0.1%p)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1.9%의 실업률은 ‘구직기간 4주’를 기준으로 실업자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저치다. 놀랄 만한 수치다. 2011~2023년 우리나라 평균 실업률은 3.47%, 가장 낮았던 해가 2.7%(2023년)였다. 그런데 1.9%라니, 이보다 더 낮아지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2021년 10월 코로나 팬데믹 때 상대적으로 규제를 느슨히 한 네브래스카주의 실업률이 사상 최저인 1.9%를 기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듬해 2월에는 1.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시기에 주 단위에서 나온 기록이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4.2%다. 1%대의 낮은 실업률은 타이처럼 노동인구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 등 몇몇 예외 말고는 찾기 어렵다. 일본의 7월 실업률도 2.7%다.



그렇다면 1.9%의 실업률은 태평가를 불러도 좋을 정도 아닌가. 그런데 이를 주목하여 크게 다룬 미디어는 없었다. 왜? 수치만 그럴 뿐, 고용시장 호전을 체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값싼 단기·노인 고용만 늘어





고용률의 상승, 실업률의 하락이 착시는 아니다. 실제 경제활동인구 증가폭(+11만4천명)보다 취업자수 증가폭(+12만3천명)이 크다. 그런데 취업 증가의 상당 부분이 정부 예산을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에 비롯한다는 점에서 빛이 바랜다. 8월 통계를 보면, 60살 이상 인구는 작년 같은 달에 견줘 47만명 늘었고, 취업자수는 23만1천명 늘었다. 정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지난해의 88만3천개보다 14만7천개 많은 103만개로 늘려 편성한 바 있다.



고용률 상승의 세부 내역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우선 남성 고용률이 71.9%에서 71.3%로 0.6%포인트 떨어졌다. 30대 남성 고용률이 1.0%포인트 떨어졌고, 50대도 0.4%포인트 떨어졌다. 60살 미만 남성 고용률은 2022년 7월 77.74%, 2023년 8월 77.67%, 올 8월 77.64%로 정체 상태다. 60살 이상 노인 취업자 증가는 남성이 4만1천명, 여성이 19만1천명이다.



단시간 취업자의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8월엔 34.1시간으로 지난해보다 1.5시간 줄었다. 1~8월 평균으로도 38.7시간에서 37.1시간으로 감소했다. 단시간 일하는 노인 일자리에서 얻는 소득은 크지 않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로 인한 고용률 향상에 견줘 가계 소득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실제 고용률 수치가 보여주는 노동시장의 활기에 견줘 임금 상승률은 높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임금 상황을 보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403만2천원)이 작년에 견줘 2.4%(+9만4천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상반기의 4.0%, 2022년의 5.8%에 견줘 낮고, 2023년(2.4%)과 같은 수준이다.



고용 호조에 따른 가계 임금소득 증가, 이에 기반한 소비 증가로 내수가 활기를 띠기를 기대하지만, 그런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8월30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견줘 2.1%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과 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것인데, 7월 지수가 99.6이다. 2000년을 100으로 하는 지수이므로, 물량 기준으로 소매판매 수준이 2000년만도 못하다는 뜻이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공격적인 감세로 세수가 빈약해진 상황에서 재정 지출 증가율을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억제하고 있다. 올해 예산안은 겨우 2.8% 늘려 짰고, 내년 예산안도 3.2% 증가로 억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시장금리가 크게 올라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있는 만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되게 한국은행이 서둘러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압력을 가해왔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에 2.0%로 떨어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며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만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여건은 꽤 갖춰졌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편승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급팽창하면서 금융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집값 상승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대출이 불쏘시개 구실을 했다.







믿었던 반도체는 주가 폭락세





정부는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경기가 본격 호전되면, 그 효과가 경제 전반에 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 반도체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4월 이후 4개월 연속 50% 이상 증가했고, 8월엔 38.8% 증가했다. 나아졌지만, 가속이 붙지는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반도체 겨울론’이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주식을 투매하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 내년에 꺾일 것이라며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15일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에도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오판을 담은 보고서를 낸 적이 있어 신뢰도를 의심받지만, 반도체 경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생산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고,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에 이른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0일 한국 기업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때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2박4일 일정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가 원활히 확정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체코 방문의 목적 중 일부”이며 “이 사업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제사절단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스케이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했다. 이날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6.14%, 삼성전자는 2.02% 떨어졌다.



경제산업부 선임기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 특파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랫동안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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