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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추석 고비 넘겼지만 지방 국립대 응급실부터 불 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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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주요 대형 병원 응급실이 24시간 진료를 유지하고, 응급실 내원 환자가 지난해보다 32%나 감소함에 따라 우려했던 ‘응급의료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증 환자가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고 중증 환자 위주로 응급실이 운영돼 고비는 넘긴 것이다. 하지만 지역 국립대병원 응급실부터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응급의료 공백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지역 국립대병원의 응급실 병상 포화지수(병상 대비 환자 비율)는 36%다. 응급실 병상 10개 중 4개만 환자를 받고 있단 뜻인데 지난해보다 26%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충북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의 응급실 병상 포화지수는 18.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충북대병원은 다음 달부터 매주 하루 성인 환자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병상 포화지수가 99%에 달했던 전남대병원은 올해는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응급실부터 운영이 어려워진 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사직으로 인력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국립대병원은 총액 인건비가 묶여 있어 임금이 낮은 전공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전문의 이탈도 늘었다. 수도권 병원의 응급실 채용이 늘어나자 전문의 연쇄 이동이 일어났다. 응급실 의사가 부족하고 배후 진료 역량이 부실한 지역에선 갈수록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해지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기존 의료 취약지역의 응급실은 풍전등화다. 이런 위기를 타개할 것으로 기대했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내년 의대 증원을 두고 당정이 엇박자를 내고, 의료계는 철회를 주장하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4일 한 차례 미뤄졌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 회동이 열린다.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만찬은 한 대표가 내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제안한 직후 갑작스럽게 취소됐고 당정 갈등설이 불거진 바 있다. 지금 응급실 상황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기싸움을 벌여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번 만찬 회동에서도 당정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의료계를 대화로 이끌 유연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한숨만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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