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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설] 문 정부 대북 정책 “평화 로비”라는 대통령실, 윤 정부는 그간 뭘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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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저녁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평화의 인사’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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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대결적인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진정성을 갖고 (북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문 정부의 대북 접근은 “평화 로비”라고 발끈했지만, 이대로 가면 윤 정부는 ‘신냉전’이 휩쓰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북과 단 한차례도 대화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추진해온 비현실적인 대북 정책을 당장 멈추고, 이제부터라도 북과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9·19 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윤 정부가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해 남북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대화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신냉전 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선 안 된다”며 그럴 경우 “한반도가 군사적 대결의 최전방이 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냉정히 현 정세를 돌아볼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등을 통해 남한과 북한이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가 됐다고 선언한 뒤, 북한이 대남관계에서 지금껏 볼 수 없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날 같은 행사에서 “평화적 두 국가” 관계 정립을 전제로 북한이 내놓은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는 제안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평화를 위해 통일을 잊자’는 주장에 동의하긴 어렵지만,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일부 보수정부의 북한붕괴론에 기댄 ‘흡수통일’ 기대와 그에 대한 북의 반발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아온 장애물의 하나였다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실망스러운 것은 대통령실의 반응이다.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는 문 정부의 평화 외교를 현실성 없는 “평화 로비”라며 폄하했고, 임 전 실장 주장에는 “북한 정권 뜻에 동조한다”며 ‘색깔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윤 정부가 남북관계와 관련해 한 일이라곤 북이 수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8·15 통일 독트린’이란 흡수통일론을 불쑥 내던진 것뿐이다. 남북 대화는 2년 반 동안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한 건가. 그리고 앞으로는 또 뭘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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