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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레바논 삐삐 테러’에 미국 언론 “이스라엘, 최소 15년 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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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17일(현지시각) 민방위 구호대원들이 무선호출기 폭발로 다친 시민을 옮기고 있다. 시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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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레바논 등지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테러는 이스라엘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한 작전이라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이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에이비시 방송에 이스라엘이 삐삐 제작에 직접 관여해왔으며, 이런 유형의 “공급망 차단” 작전은 최소 15년 동안 계획된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각) 밝혔다. 소식통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경우, 무고한 사람들이 입을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전술을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에이비시는 또 이번 계획에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이들이 설립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이 참여했으며, 적어도 일부는 이 작업 수행 배후에 실제로 누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전날 전현직 국방·정보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헝가리에 유령회사 비에이시(BAC) 컨설팅을 설립하고 직접 삐삐를 제작해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해당 기기가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으며, 업체는 “헝가리에서 제조, 운영된 적이 없는 무역 중개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번 삐삐, 무전기 폭발 테러 사망자는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37명이다. 부상자는 약 3천여명으로 집계됐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이번 폭발에 오래된 삐삐가 사용됐으며, 폭발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상자들이 소지한 기기 배터리 쪽엔 폭발물 1~2온스(28.3~56.6g)가 심겨 있었고, 원격 방아쇠 스위치를 통해 폭발이 연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삐삐와 무전기가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폭발을 일으키면서, 레바논 현지에선 일상 속 테러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전 테러와 다른 점은) 공급망에 깊이 파고든” 방식이라며 “인터넷에 연결된 일상 도구가 치명적 무기가 되는, 그 취약성이 이제 막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테러로 부상자 상당수가 시력을 잃거나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어 재활이 필요한 상태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날 현지 의료진 인터뷰를 토대로 밝혔다. 부상자들은 기기에서 알림음이 나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기기를 꺼내 들고 바라보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 얼굴과 팔, 눈 등을 주로 다쳤다고 한다. 레바논 안과 전문의 엘리아스 와락은 비비시에 하룻밤 사이 자신의 의사 경력 전체보다 더 많은 손상된 안구를 적출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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