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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건 학살” 헤즈볼라 연설 뒤 전투기 띄운 이스라엘…미 “위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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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일(현지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텔레비전 연설을 하던 중 이스라엘 전투기가 추적을 막는 플레어를 투하하며 낙하하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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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선을 넘었다. 이것은 학살이며, 레바논에 대한 침략이다. 전쟁 범죄이며 선전 포고라고 부를 수 있다. 심판이 곧 올 것이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19일(현지시각) 텔레비전 연설을 한 지 약 20분이 지난 순간, 이스라엘 전투기가 음속 폭음을 내며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날았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래 베이루트 상공에 가장 낮은 고도로 나타난 전투기였다. 17~18일 연이은 무선 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테러로 지친 베이루트의 시민들이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봤고, 뒤이어 이스라엘군의 전투기들이 레바논 남부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자국군 전투기들이 레바논의 다중로켓 발사대 100여대 등을 선제타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 엔엔에이(NNA)는 이날 오후에만 레바논 남부 전역에 52차례 공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보고된 사상자는 없었다. 헤즈볼라도 이날 레바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라엘 북부의 이스라엘군 시설을 대전차 유도미사일 등으로 타격해 이스라엘군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운이 감도는 중동의 정세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앞서 레바논은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삐삐와 무전기 폭발로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명가량이 다치자 보복을 공식화했다. 곧이어 이스라엘은 나스랄라의 영상 메시지가 나오는 도중에 공격을 감행하며 헤즈볼라를 도발했다. 시엔엔(CNN)은 이날 나스랄라의 영상 연설 이후에도 시민들의 시위 등이 이어지지 않았고, 나스랄라의 영상이 사전 녹화 영상이란 점을 들어 헤즈볼라가 이번주 연이은 공습의 결과 지하로 더욱 깊이 숨어들어 조직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헤즈볼라를 지원해오던 이란도 지원에 나섰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이란 테헤란타임스 등은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최고사령관이 레바논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이스라엘은 곧 저항의 축으로부터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서신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저항의 축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세력,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 등 반미·반이스라엘 대의를 내세운 이슬람권 세력을 말하며, 그 중심에 이란이 있다.



미국은 아직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중동 정세는 미국의 통제력을 넘어서고 있다. 중동 모든 나라가 이 충돌이 번져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습 이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계속 위험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계속 지지할 것이지만 어느 쪽도 이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삐삐와 무전기 테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삐삐 테러가 발생하기 전날에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서로 로켓 공격을 주고받은 뒤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다른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더 큰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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