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리 인하해도 가격·거래량 증가 크지 않을 것"
"금리 인하 효과 선반영·대출 규제 영향 때문"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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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다빈 기자 =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다시 급격히 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빅컷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줄어들며 한국은행을 향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값이 급격히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아파트값에 선반영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당초 0.25%포인트 인하 전망도 적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춘 것이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더욱이 연준은 연말까지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도 예고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빅컷으로 기존 2.00% 포인트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도 최대 1.50%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미국이 금리를 대폭 낮추면서 한은을 향한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까지 금리를 낮춘 만큼 한은도 경기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아파트 등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은행 등 시장의 대출금리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더라도 집값 상승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달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고,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시장 대출금리 인하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움직임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문턱이 다소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아파트 거래 총량과 가격 상승 움직임이 바로 나타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 요인도 시장에 상당 부분 이미 반영돼 있어 아파트값 상승세가 불붙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4% 정도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5%가 된다고 해서 수요가 몰려 집을 사고 파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집값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내년 초에는 아파트값 상승 사이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금리 인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저금리로 선회하는 의미를 가진다"며 "낮은 대출 금리는 은행의 예금이나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출 규제가 완화되는 내년에는 시장이 한껏 달아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에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주택시장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안정적인 시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장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진 못하겠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관망하는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규제가 풀리면 서울 외곽, 수도권 일부 지역들의 하락폭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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