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엔주재 대사 리야드 만수르가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불법”이라며 “1년 안에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유엔은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본부에서 회원국 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투표에 참여한 181개 나라 중 124개 나라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한국을 포함한 43개국은 기권했으며, 이스라엘, 미국 등 14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을 이주시키라고 요구했다. 또 모든 회원국에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물품을 수입하지 말라고 촉구했으며, 탄약과 무기, 군수장비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그것을 사용할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이스라엘에 공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한,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의 반응과 다른 나라 및 국제기구의 반응을 포함한” 결의안 이행 상황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해 석 달 안에 유엔 총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담겼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권고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지난 6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철수하라”고 비슷한 내용의 권고적 결정을 내린 데 뒤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만큼 1967년 이후 57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불법적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하는 결의안이 채택되는 건 드물지 않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가자 전쟁 직후에도 유엔 총회는 이스라엘에 가자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폭넓게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12월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내용까지 포함한 유엔 총회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1982년 이후 42년 만이다.
이번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유엔 대표부가 제출한 안건을 기초로 회원국 간 논의와 수정을 거쳐 채택됐다.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식 회원국이 아닌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어 결의안 제안권이 없다. 그러나 지난 4월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자격이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거부권으로 부결되고 한 달 뒤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에 143대 9의 찬성으로 결의안 제안권을 부여했다. 총회엔 안보리와 달리 미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의 거부권이 없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주재 대사 리야드 만수르는 이번 결의안을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결권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자유와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에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반면 이스라엘의 유엔 주재 대사 다니 다논은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의 외교적 테러리즘을 뒷받침하는 부끄러운 결정”이라며 “유엔 총회가 하마스를 비난하고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을 촉구하긴커녕 하마스 살인자들을 뒷받침하는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의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의 유엔 대표부는 이번 결의안이 일방적이라며 “테러 조직” 하마스에 대한 비판과 이스라엘의 자위권엔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인권감시(HRW)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이스라엘이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팔레스타인 점령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나는 이런 점에서 유엔 총회의 어떤 결정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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