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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미래 먹거리로 거듭날 한국의 원자력 기술[기고/윤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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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지웅 한국정책학회장·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체코 현대사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인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됐다. 대한민국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성과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이자 섬이다. 에너지원의 95% 이상을 수입한다. 그렇다고 스페인처럼 일조량이 풍부하지도 않고 독일처럼 풍질(風質)이 좋지도 않다. 이런 현실 인식하에 냉전 시대에 안보를 보장하면서 빠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 줄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기술을 수입해 소비하는 데 그친다. 특히 첨단 에너지 기술과 장비들을 자국의 기술로 만들기는 더욱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원자력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산업 역군들의 노력으로 ‘일정과 예산에 맞게(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술은 전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그 당시 에너지 안보와 기술 자립을 고려한 결정이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자국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이를 수출하는 것은 더 힘들다. 특히 국가 기반 기술의 특성을 가진 원전 수출은 단순한 발전소 수출을 넘어 국가 간 백 년의 미래를 약속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런 특성상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신뢰도 중요하고 민간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범국가적으로 오랜 시간 준비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수원은 체코에 건설 예정 노형인 ‘APR1000’에 대해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해 유럽에서 인허가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또 한수원은 발주사나 체코 정부 대상 수주 활동뿐 아니라 원전이 건설될 지역 주민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해마다 복지시설, 학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고 코로나19 때는 마스크를 전달하며 주민들과 마음을 나눴다. 두산은 2009년부터 16년째 체코 1부 리그 축구팀 ‘FC 빅토리아 플젠’을 후원했고 안방구장 명칭도 ‘두산 아레나’로 변경했다.

앞으로 한국의 수많은 근로자가 체코에 갈 것이고 중소기업들도 해외 수출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체코의 미래에 우리의 원전이 새로운 힘을 보탤 것이고 그 힘은 다시 우리 경제·산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원전 수출에 성공하면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다.

최종 계약까지 난제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래왔듯 대한민국의 가치를 증명해 낼 것이다. 독립 80주년을 앞둔 대한민국은 이제 자동차, 반도체뿐 아니라 음악, 음식,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만의 특성을 담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마침내 저 먼 중유럽 체코의 땅에 ‘K원전’이 자리하는 순간도 머지않아 보인다.

윤지웅 한국정책학회장·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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