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9 (목)

美 연준 2년반 만에 '피벗'···글로벌 자산시장 대격변 예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요국 고강도 긴축 사실상 종료]

올 12월 美 금리 4%대 하향 전망

이번주 영란은행·BOJ 기준금리 결정

한국·인도 등 신흥국 통화정책 좌우

주식·외환 자산시장 수혜 기대에

일각선 "섣부른 기대" 경계 목소리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2022년부터 시작된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지며 올 12월께 미국 기준금리가 4%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은 주요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자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18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내고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50bp(1bp=0.01%포인트)의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가 치솟자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미국은 기준금리를 5.25~5.5%까지 인상했다. 고강도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물가가 2%대 중반 수준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연준은 2년 6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이 침체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월간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올해 초 3.1%에서 8월 2.5%까지 떨어지는 동안 미국 실업률은 3.7%에서 4.2%까지 올라갔다. 시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연준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23일 ‘잭슨홀미팅’에서 “정책 조정(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다”고 공식 선언하며 9월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연준의 피벗으로 주요국의 긴축 정책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올 3월 스위스가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 인하의 포문을 열었고 6월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가 수년 만에 금리 인하에 각각 나섰다. 영국중앙은행(BOE)도 8월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통화정책 전환을 알렸다. 이달 본격화된 미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바클레이스 등 상당수 대형 IB들은 11월, 12월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 연말께 미국 기준금리가 4.75%(상단 기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과 씨티의 경우 4.25%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번 FOMC 결과가 글로벌 경제 동향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1990년대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는 상당 기간 이어질 (통화정책) 완화 주기의 시작일 것”이라면서 “이 기준에 따르면 상당히 중대한 회의”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딩장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부터 나온다. BOE와 일본 일본은행(BOJ)은 각각 19일, 20일 자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연준의 이번 결정이 판단의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경우 금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 체력이 비교적 약한 신흥국들의 경우 미국 통화정책이 사실상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금리가 낮아져 한국·인도·인도네시아 등이 (기준금리를) 더 낮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주식·외환·금 등 주요 자산시장도 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기는 총 다섯 차례(1995년, 1998년, 2001년, 2007년, 2019년)로 평가되는데 각 시기마다 자산별 수익률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7월 31일 첫 금리 인하 이후 1년간 국제 금값은 39.7% 오른 반면 국제유가는 31.3%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이 기간 미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경우 9.8%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자산시장에서 수혜 분야를 기대하는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 좋을 것이지만 투자자들이 이미 혜택을 챙겼다면 그렇지 않다”며 “금리 인하 전망이 투자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실제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종종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