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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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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공백 탓 무죄인데…딥페이크 성착취범 “형사보상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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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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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에 다니며 17차례에 걸쳐 학교 선후배 등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해 기소된 이아무개씨가 자신의 일부 무죄 선고 확정 뒤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청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형사보상이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 대해 구금 일수에 따른 손해나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기소된 혐의 중 일부만 무죄가 선고된 경우에도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



이씨는 2017년 4~11월 같은 학교 친구와 선후배 등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17차례에 걸쳐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혐의(음화제조교사)로 2019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는 성폭력처벌법에 딥페이크 처벌 조항을 포함하는 개정안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씨에게는 형법의 음화제조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성착취물 제작 의뢰 과정에서 피해자 1명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와 강의실 등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를 6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런 범행은 이씨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주운 사람이 주인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를 여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2017년 12월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이후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씨의 범행을 알리면서 사건이 공론화됐다. 한양대는 이씨를 2018년 3월 퇴학 처분했다.



군에 입대한 이씨는 1~2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음화제조교사 혐의 등을 무죄라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딥페이크 처벌 조항이 없던 상황에서 군 검사는 이씨에게 음화제조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 따라 컴퓨터 파일은 형법에서 규정하는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불법촬영 혐의와 관련해서는 경찰이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위법하게 수집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재호)는 지난 3월 이씨의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이씨는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에 형사보상금을 신청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의 경우 최종 형량 이상 구금된 것이 아니라면 형사보상금 대상이 아니다. 다만 변호사 비용은 보상 대상이 된다. 구체적인 보상 규모는 법원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 6일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에서 대독을 통해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달해 더욱 교묘해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처벌하지 못하는 명백한 법적 공백”이 존재하고 있다며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와 더 큰 피해가 있어야 하냐”라고 지적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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