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루머/사진=로라 루머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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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세 유대인 여성, 백인 중심 민족주의자, 자칭 탐사보도 기자, 공화당에서도 우려하는 극우 음모론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SNS 활동가 로라 루머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다. 최근 트럼프의 공식 대선후보 일정에서 루머의 얼굴이 자주 목격되면서 미국 현지 언론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8월 총격 사건 이후 밀접 경호 기준을 빡빡하게 높였는데, 로라는 두터워진 경호선을 뚫고 트럼프의 전용기까지 탑승하며 동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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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개·고양이 먹는 이민자" 발언 초기 유포자로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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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AP/뉴시스] 미국 극우 선동가로 알려진 로라 루머(오른쪽)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 대선 TV 토론이 열리는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4.0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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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CNN과 영국 BBC방송, 그리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들은 로라를 집중 조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캠프 관계자나 공화당 측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루머가 트럼프와 직접 전화 통화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양쪽 대선후보가 모두 참석한 9·11 테러 추념식장에서도 로라는 트럼프 캠프 보좌진들 사이에서 얼굴을 드러낸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로라는 지난해 "9·11 테러에 미국 정부의 내부 작업이 있었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루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911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9·11이 (미국 정부) 내부 소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진 않았다.
문제는 루머의 이런 음모론적 발언을 트럼프가 깊게 신뢰한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TV토론에서 이민자에 대해 "그들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 그 지역 사람들의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발언했을 때, ABC방송 토론사회자는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짚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재차 응수했는데, 트럼프가 본 게 바로 루머의 인터넷 방송이라는 이야기다.
BBC는 "(이민자가)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소문의 유포자로 루머가 지목되고 있다"며 "토론회 전날 루머는 자신의 X를 활용한 방송에서 똑같은 내용을 방송으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루머의 X 팔로워는 120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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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슬람+유대교 백인 우월주의+트럼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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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우 선동가로 알려진 로라 루머가 지난 2020년 플로리다주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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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극우 활동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진 건 2015년부터다. 대학생이던 캠퍼스 청년 공화당 지부 회장 활동을 하면서 반(反)이슬람 메시지와 영상 제작물을 SNS에 올렸다. 대학 캠퍼스에 ISIS 조직이 침투했고, 일부 이슬람 학생 단체를 지원한다는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2016년엔 지인 몇 명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잠입해 불법 모금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기록도 있다. 당시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석한 사진을 SNS에 다수 올리기도 했다.
2018년부터 루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X로 바뀌기 전) 등에서 지독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내다가 플랫폼에서 추방당했다. 그는 SNS 메시지로 "이슬람 이민자 운전자에 돈을 내고 싶지 않다", "이슬람이 만드는 음식이나 배달료로 그들의 삶을 지원할 생각이 없다" 등 발언으로 자동차 플랫폼 우버와 리프트뿐만 아니라 음식배달 앱에서도 계정이 정지됐다.
로라 루머/사진=로라 루머 홈페이지 |
루머에 트럼프가 화답(?)한 건 2020년부터로 전해진다.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하원 선거에 루머가 출마했는데, 트럼프가 X 메시지로 "잘하고 있어요, 로라"라고 공개 지지 선언을 한 것. 트럼프를 등에 업은 루머는 예비선거에서 이겼다. 트럼프는 또 로라에게 "펠로시 꼭두각시에 맞서는 좋은 기회가 있어요"라고 지원에 나섰지만, 본선에서는 민주당에 졌다.
루머는 이 경험을 매번 자랑하며 트럼프와의 관계를 내세웠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대계 보수 여성이자 트럼프 지지자다. 공화당 내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 2020년 예비선거 때 승리했었고, 당시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 나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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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도 없이 트럼프 선거캠프 합류, 공화당 내부서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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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우파 음모론자인 로라 루머(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9.11 테러 추모식 참가에 이어 뉴욕 의용 소방대 방문에 동행했다. 왼쪽 끝은 수지 와일즈, 오른쪽은 크리스 라치비타 등 트럼프의 고위 선거참모다. 루머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인종차별적 글을 올리면서 공화당 내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2024.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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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트럼프가 루머를 캠프에 공식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루머의 '스피커'가 커진 셈이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작년 8월 캠프에 루머를 공식 직책에 고용하자고 제안했는데, 당 관계자와 고문들이 격분하며 거부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올해 4월에도 루머를 "선거운동에 참여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가 루머를 직접 만나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루머는 선거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일부 일정에 게스트로 초대되고 있다"며 "트럼프의 비공식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캠프 최측근 관계자도 "루머는 선거기간 동안은 트럼프에게 거의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이런 루머의 행각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악명 높은 선동가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조차도 루머의 게시물이 "끔찍하고 극도로 인종차별적"이라고 소셜 미디어에서 밝혔다. 보수적인 팟캐스트 진행자인 스티브 디스는 "트럼프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기간 루머는 더더욱 심한 음모론과 인종 비하적 발언을 다수 투척하기 시작했다. 그는 7월에는 "조 바이든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8월 트럼프의 피격 사건은 (해리스 지지자인) 조지 소로스 아들이 요구한 일" 이라는 음모론을 SNS에 퍼트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가 당선되면 백악관이 카레 냄새로 진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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