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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영화산업의 허리 '중박영화'…어떻게 탄생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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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ㆍ작품성 동시에 확보해야 중예산영화 흥행
'살인의 추억'ㆍ'올드보이'…중예산영화 성공 사례
"마니아적인 요소들이 더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해"


이투데이

영화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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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에 대표적인 중예산영화가 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다. '살인의 추억'은 제작비 41억 원에 누적관객수 525만 명을 동원했고, '올드보이'는 제작비 30억 원에 누적관객수 326만 명을 동원했다.

두 영화는 봉준호ㆍ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봉준호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봉 감독은 이 영화로 제19회 뮌헨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25회 홍콩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 등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뚜렷한 개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두 번째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그 영화가 바로 3년 뒤에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었다. 이 영화가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았는데, '기생충'의 씨앗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역시 마찬가지다. 근친상간의 금기를 다루는 등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로 투자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박 감독은 이 영화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또 2016년 BBC는 177명의 국제 영화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사상 최고의 21세기 영화 100편을 선정했는데, '올드보이'는 30위를 기록했다.

'드라이브', '특송' 등을 제작한 엠픽쳐스 김봉서 대표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스캔들' 등이 전부 2003년에 다 쏟아졌다. 그해를 중예산영화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는 당시 투자에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살인의 추억'이 초반 투자에 거절당한 이유는 범인이 밝혀지지 않는 스릴러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올드보이'는 패륜적인 내용에 투자할 수 없다는 거였다"라며 "거기에 굴하지 않고 감독과 제작자들이 더 열심히 자금을 모으는 등 영화를 완성하려는 노력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녀가 죽었다'를 연출한 김세휘 감독은 "상업성을 고려하다 보니 영화의 특색 있는 매력이 투자사에 따라 변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파묘'의 사례처럼 마니아적인 요소들이 더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라며 신인 감독들이 참신한 시도를 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대중성에 잡아먹히지 않고 개성을 지켜 오히려 흥행해"


결국 중예산영화는 대중성과 작품성이 고르게 섞여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대중성을 확보했다면 감독의 개성이 확실하게 영화에 실릴 수 있도록 연출의 제약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게 새겨진 독립예술영화와 달리 중예산영화는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같은 영화들이 중박 흥행을 터트릴 때, 영화산업의 허리가 지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대형영화 대부분은 일반인도 익히 아는 유명 투자사의 자금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대형영화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감독이 작가성과 예술성을 포기하고 대중성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거대자본을 가진 OTT플랫폼의 공격적 투자로 인해 드라마 혹은 시즌제 시리즈물과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의 경계가 흐릿해진 요즘이다. 이런 시기 정부의 중예산영화지원금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예산영화는 한국영화의 중추다. 저예산 영화의 독립성과 예술성, 대형영화의 대중성 사이를 잇는 소재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라며 "무속신앙 등 서브컬처를 다룬 '파묘', 해외 영화를 리메이크하며 소소하게 성공한 '핸섬가이즈',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톺아보게 한 '파일럿', 역주행을 시작한 '빅토리'등의 영화가 대중성에 잡아먹히지 않고 개성을 지켜 오히려 흥행에 성공한 중예산영화의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제2의 '살인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언젠가는 내 차례가 돌아올 것이라는 실질적인 힘이자 희망이 되어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투데이/송석주 기자 (ssp@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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