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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가족의 명절<상>] '왁자지껄 추석'은 옛 말…가족 개념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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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 손주 내 가족' 인식 60% 안 넘어
가족형태 다양한데…'법적 가족' 범위 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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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명절이면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가족의 의미도 달라졌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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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채원 기자] # 30대 직장인 A씨. 그가 초등학생이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친척들이 북적이는 추석을 보냈다. 명절 전날부터 할아버지 댁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자매들, 사촌 형제자매들과 둘러앉아 함께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었다. 추석 당일엔 점심식사를 마치고 외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친가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형제자매들, 외사촌들과 한 데서 만나는 날이었다. 서울에서 경기로 40km 조금 넘는 이동거리였지만 두 시간 넘게 차를 타야 갈 수 있었다.

◆ 추석, 가족의 명절이자 재충전 시간…'조부모는 내 가족' 55%

A씨가 최근 5년 간 보낸 명절은 어린시절과 사뭇 다르다. 그는 더 이상 부모님과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자주 봤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자매들도 언제부턴가 '각자의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기 시작했다. 독립해 따로 사는 A씨의 명절은 엄마 집에서 언니, 남동생과 만나 한 끼 식사 하는 날 정도로 바뀌었다. 시간이 맞으면 친구도 만나고, 평소 교류하던 친척은 만날 수도 있는 '긴 주말' 쯤으로 여겨진다.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는 A씨가 경험한 추석 풍경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 발표한 '가족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최대 3개까지 선택)는 추석을 가족, 친지와의 화합(50%)의 시간으로 평가했다. 그 밖에 휴식과 재충전(36%), 조상 및 돌아가신 가족·친지 추모(34%), 평소와 같은 휴일(32%) 등의 순이었다. 추석은 여전히 가족의 명절이지만 '휴식', '휴일' 의미를 부여하는 비율도 높았다.

달라진 가족 인식도 보여준다. 같은 기관에서 지난달 14일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배우자(91%), 자녀(90%), 부모님(90%), 배우자의 부모님(68%)까지는 가족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후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조부모(친조부모 55%, 외조부모 52%), 손주(친손자녀 51%, 외손자녀 49%), 며느리(52%)와 사위(50%), 배우자의 형제자매(48%)를 내 가족으로 보는 사람은 절반 정도였다. 형제자매의 배우자(41%), 조카(37%), 배우자 형제자매의 배우자(33%), 아버지의 형제·남매와 그 배우자(29%), 어머니의 자매·남매와 그 배우자(28%)에 대해서는 나의 가족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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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 발표한 '가족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는 추석을 조상 및 돌아가신 가족·친지 추모(34%)의 시간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2021년 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천주교용인공원묘원을 찾은 한 가족이 성묘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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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특징으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가족이라 생각하는 범위가 좁다"고 언급했다. 18-29세에서 '나의 가족' 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관계는 부모(95%), 배우자(88%), 자녀(85%), 형제자매(83%)까지였다. 이 연령대에서만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절반(49%)에 달했다. 전체에서 반려동물을 나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비율은 27%였다.

조사는 "연령대가 젊을수록 며느리, 사위, 손자녀, 배우자 및 배우자의 부모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실제 관계맺음 유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범위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혈족이나 인척관계가 아니라 실제 본인과 같이 사는지나 얼마나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지가 가족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가족 있어도…혈연, 혼인, 입양 관계만 '법적 가족'

2024년 4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실태조사는 9가지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물었다. 문항에는 2020년 조사했던 기존 8개 문항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사는 사람의 입양'이 추가됐다.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47.4%), 이혼이나 재혼(47.2%),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것(39.1%),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34.6%), 직장 등으로 주말부부가 된 것을 제외하고 부부가 떨어져 사는 것(31.9%), 자녀의 성을 부부가 합의해 어머니가 결정(29.7%), 결혼 생활에 대한 계약서를 쓰는 것이 필요(28.1%),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22.1%), 결혼하지 않고 혼자사는 사람이 입양(20.0%) 순으로 나타났다.

모든 항목에서 과반은 아니었지만 비혼 독신, 이혼이나 재혼, 무자녀, 비혼 동거 등에 대해선 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비혼 출산이나 혼자 사는 사람의 입양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용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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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혼인 관계를 맺고 있는 동성 배우자와 구성한 공동체는 법적 가족이 아닌 '비친족가구'에 속한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 씨가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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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2020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8개 문항 모두 동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비혼 독신(13.4%p ↑), 비혼 동거(13.2%p ↑), 결혼 생활에 대한 계약서를 쓰는 것(11.8%p ↑), 이혼 및 재혼 (11.2%p ↑) 등에서다. 한국리서치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체로 연령이 어릴수록 동의 수준이 높고 연령에 따른 응답 격차도 큰 편이다. 어린 연령대에서는 20대 미만보다 20세~30세 미만 집단의 동의 비율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20~30대 미만은 56.6%가, 70대 이상은 13.2%가 동의해 43.4%p 차이가 났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출현하고 인식도 변화했어도 우리나라 가족정책의 근간 법률인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의 범위를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단위'라는 정의를 고수하고 있다. 8촌 이내의 친족이 아닌 남남이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이들은 '비친족가구'라고 불린다. 일반위탁가족(혈연관계가 없는 일반인이 일정 기간 다른 사람의 자녀를 양육하는 가족), 동거가족(법적 혼인 관계가 아닌 남녀가 이룬 가족), 대안가족(함께 살며 생계를 공유하는 형태의 가족) 등이 속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친족가구(5인 이하)는 꾸준히 증가해 2024년 7월 기준 54만5008가구에 달했다. 가구원 수는 110만여명, 부부로 구성된 1세대 가구 수(55만8587가구)와 비슷하지만 비친족가구는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의료기관에서의 보호자 동의, 상속,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나 주택 공제, 수당과 연금, 부양의무 등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사회제도적 지원에서 배제돼있다.

<하>편에서 계속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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