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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매직펜으로 일기도 그리던 '날씨 아저씨'…김동완씨 별세(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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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90년대까지 한국의 TV 일기예보는 단연 김동완 기상통보관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하얀 지도 위에 검은 매직펜으로 등압선과 전선의 배치를 마술사처럼 그려내며 친근한 표현을 통해 내일의 날씨를 전했다."(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프레시안 2018.9.17 "김동완 통보관을 추억하며, '에너지 예보'를 꿈꾸다")

한국 방송의 일기예보를 개척한 '제1호 기상캐스터' 노루(老淚) 김동완(金東完) 전 기상청 기상통보관이 15일 오전 5시께 부천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9세.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공고 졸업 후 고인은 "1950년대에는 기상 업무라는 것이 생소한 개념이어서, 내가 관상대 다닌다고 하면 시골 어르신들이 '아니 젊은 사람이 관상 보는 일을 하다니, 쯔쯔…'하고 혀를 찼다"고 당시 실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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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유튜브 캡처]



체감온도란 말도 내가 처음 도입했어요. 가령 '오늘 낮 최고기온은 영상 5도까지 올라가겠습니다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가 될 테니 옷차림에 신경 쓰십시오'라는 멘트가 대표적이죠. 이렇게 방송을 하니 방송국에서 전부 날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기상대장이 날 부르더니 '앞으로 방송만 전담해달라'고 하더군요."

이런 멘트도 했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날씨는 하루에도 서른여섯 번씩 변한다고 합니다. 봄 날씨는 최소한 하루에 세 번 변합니다. 아침은 썰렁하고 점심은 덥고 저녁에는 바람이 붑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벌의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기상대에서 김동완 통보관이었습니다." 고인은 "여우가 시집가는 날", "파리가 조는 듯한 더위" 등 독특한 날씨 해설로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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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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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도를 직접 그려가며 설명하는 김동완
[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유튜브 캡처]


" 나중에 기상청에 통보관이라는 공식 직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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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기상관상대 통보관 시절의 김동완
[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유튜브 캡처]


1981년 초 MBC가 "관상대 기상 통보관을 사직하고 방송만 해달라"고 섭외했고, 고민 끝에 1982년 10월부터 MBC 기상보도요원으로 활동했다. 1992년 3월 초 프리랜서 선언을 했고, 1996년 9월23일까지 MBC에서 일했다. 당시 프랭크 밀스(Frank Mills)의 피아노 연주곡 'The Happy Song'을 BGM으로 사용했다. 1980∼1990년대 내내 MBC 9시 뉴스가 끝날 무렵이면 'The Happy Song'이 들리고, 김동완 보도위원이 화면에 등장하곤 했다. '날씨 아저씨'라는 애칭과 함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케이웨더 이사로 활동했고, 2001년부터 케이블TV 기상정보 채널인 웨더뉴스채널에서 '김동완의 기상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1997년∼1999년 한국일기예보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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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곡 'The Happy Song'이 들리면 김동완 보도위원이 화면에 등장했다.
[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유튜브 캡처]


2000년에 자민련 소속으로 고향 김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선거 중에 당뇨를 앓던 부인의 치료 시기를 놓쳐 뒷바라지를 했다. 선거 때문에 모은 재산을 잃고, 빚도 졌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2010년 10월5일 MBC 뉴스데스크 40주년 특집방송에 출연했다. '날씨 때문에 속상하시죠'(1998), '날씨의 신비'(1999) 등 저서를 냈고, 국무총리표창(1975), 대통령표창(1993), 국민훈장 동백장(2010)을 받았다.

"날씨 방송은 뉴스가 아닌 정보가 돼야 해요. 시청자들이 날씨를 활용할 수 있게 안내를 해 주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미모의 여성 캐스터들이 일기예보를 담당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그렇지 않아요. 날씨 전문가들이 나와서 내일 날씨는 이러저러하니까, 이런 준비도 하고, 이렇게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정보를 줍니다. 우리는 일기예보를 뉴스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부속물로 다루고 있어요."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승배 전 기상청 대변인은 "고인은 당시 어려운 기상이라는 과학 정보를 쉽게 설명해 기상 과학 대중화를 이루신 분"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1남4녀로 김정선·김정경·김정미·김미경·김수영(아들)씨와 사위 강동수·구수회·윤성우·론씨, 며느리 이경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됐다. 17일 오전 7시30분 발인을 거쳐 김포 문수산 나무 곁에 안장될 예정이다. ☎ 02-6986-4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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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21일 방송된 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에 나온 고인
[EBS 시대의 초상 -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 유튜브 캡처]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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