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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5%대 금리 감당 못 해”…추석에 눈물짓는 티메프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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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전 직원의 절반인 6명을 해고했다. 추석을 즐길 기분이 아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기업 대표 A씨가 무겁게 입을 뗐다. A씨는 미정산금 30억원을 티메프로부터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밀린 택배비, 월세 등 급한 불이라도 끄고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금과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 카드로 해고를 결정한 것이다. A씨는 “명절에 선물을 해줘도 모자른데 해고를 했다”며 “직원들 볼 면목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즐거워야 할 추석 연휴에도 티메프 미정산 피해자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미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두 달 이상 이어진 미정산 사태로 초래된 유동성 문제로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마련한 저리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소액에 불과하고 비중이 큰 대출 등은 시중 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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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공 자금 1000억원 당일 소진…“턱없이 부족해”

1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총 2700억원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자금 1000억원(중소기업 대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자금 1700억원(소상공인 대상)으로 구성된다. 미정산 금액을 한도로 소진공은 1억5000만원, 중진공은 10억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금리는 모두 2.5%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진공 자금의 경우 신청 접수를 개시한 지난달 9일 당일에 마감됐다. 하루 만에 신청 금액이 1483억원 규모로 준비된 중진공 자금(300억원)의 약 5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7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여전히 신청 금액에 못 미치며, 첫날에 신청 못한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부족액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추산에 따르면 티메프 사기 피해 규모는 1조4000억원대다.

그런데도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추가 투입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부족한 금액은 신용보증기금(신보)이나 기업은행(기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사기 피해자들을 고려할 때 이미 많은 특혜를 제공하고 있어 더 이상의 지원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가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금융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세계일보

지난 8월 25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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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마진율 낮아, 신보 5%대 금리 감당 못 해”

그러나 피해 기업들은 신보나 기은 대출 이자가 시중 은행 금리와 큰 차이가 없어 감당키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티메프 미정산 피해업체 대표 B씨는 “위메프에서 방울토마토를 주로 팔았는데 마진율을 최소로 잡는 박리다매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며 “2.5% 이자를 내도 사실상 손해인데 그 두 배인 5%대 금리를 내가 어떻게 감당하냐. 정말 죽으라고 등 떠미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지적에 최근 금리를 소폭 내렸지만 보증료를 포함할 경우 여전히 금리는 3.8∼5.5%에 달해 긴급경영안정자금보다 1.3∼3.0%포인트 높다.

이날 티메프 피해자 모임인 ‘검은우산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을 일반 사기피해자와 동일시하는 정부에 대한 규탄성명서를 발표했다. 검은우산 비대위는 “정부는 과거 머지포인트 사례에서 들난 제도의 허점을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도 개선하지 못했다”며 “이는 단순한 사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닌 법적 미비와 규제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5% 전후의 금리가 고리대금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은 티메프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며 한 총리의 발언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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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줄도산…“선 지원 뒤 구상권 청구도 방법”

이처럼 높은 이자를 중소기업들이 감당 못할 경우 최악의 경우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멀쩡한 기업의 폐업, 일자리 상실 등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사회의 몫으로 돌아와 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서 피해 업체에 무이자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원금과 이자비용 등은 추후 구영배 회장을 비롯한 큐텐 그룹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까지 미정산 피해기업에 집행 완료된 금액은 총 3432억원이다. 긴급경영안정자금 994억원(833건),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금융지원 602억원(178건), 관광분야 이차보전 지원은 30억원(1건), 지방자치단체 긴급경영안정 자금 164억원(68건) 등이다. 일반 대출(594억원·219건)과 선정산대출(1048억원·1161건)에 대한 만기 연장도 완료됐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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