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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미국 대선, 토론에서 판정승한 해리스 우세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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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미 대선 TV토론, 해리스 판정승으로 끝나

미국의 47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전이 뜨겁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인해 갑자기 대선주자가 된 카멜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의 접전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열세에서 시작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강세를 보이던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서 첫 TV 토론이 열렸다. 토론에서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경험이 없는 해리스 후보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시간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과는 해리스 후보의 판정승으로 나타났고,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미국 대선 결과가 3% 내외인 부동층의 향배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선거 60일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의 비중은 2020년 대선에서 67%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는 추세다. 아직 개최여부가 불투명한 2차 TV 토론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부동층의 표심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경제문제 등 다양한 국내 상황의 변수를 비롯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 상황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해리스의 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따라서 11월 5일 실시되는 미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다양한 변수에서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벤트는 각 후보의 유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해 보는 것이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여전히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국의 이익에 따른 세계 각국의 움직임 또한 주요한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프레시안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미 ABC 방송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토론에 참석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 중 상대방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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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각국의 움직임

이번 미국 대선이 박빙 승부일 뿐 아니라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국제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에 자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국가들이 있다.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자기 당의 후보를 지지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 민주당은 곧바로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논평을 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의 친분은 다 아는 사실임에도 또 다른 형태의 선거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할 경우 핵연료 수출을 중단할 것이며, 전술핵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러시아는 자신이 당선되면 곧바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후보에게 올인한 듯하다. 이란 역시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하며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서방이 지원한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풀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미사일로 러시아 후방 깊숙이 타격하는 것을 승인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검토 중(working that out now)"이라고 했다. 이란이 200기의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한 직후였다. 미국 선거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 대선에 관한 일체의 언급을 삼가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표면적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압록강 유역의 수해피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원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다. 비록 북한이 외부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예전 북-중 관계라면 은밀한 지원이라도 했을 텐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

반면 아프리카 각국의 지도자들을 중국으로 불러 중국의 세를 과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심을 확고히 하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누가 되든 미-중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어떤 후보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국의 전선을 강화하고 북한 문제와 같이 중국에 불리할 수 있는 사안은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올인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으로 인해 대단히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 TV토론 결과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들은 미국의 바닥 민심을 언급하며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농축 우라늄 핵시설을 공개한 북한의 속내

북한도 미국 대선에 관여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9월 12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2010년 미국의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영변 핵단지를 방문한 이후 국제사회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를 감지하고 있었지만, 북한이 직접 실물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생산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을 가속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관련해 "정보 분석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북한의 핵 야망과 탄도미사일 기술 및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진전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북한은 왜 이 시점에, 그것도 미국의 대선 TV토론이 끝난 직후, 공개했는지 의아하다. 추측컨대 미국의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한은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경제발전 20X10 정책' 첫 해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와중에 압록강 유역 수해 복구 작업에 30만 명 이상의 군부대 및 학생을 동원하고 있다. 외부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해외 출장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를 엄격히 지킬 뿐 아니라, 코로나 이전에는 외상거래가 북-중 무역에서 상식이었으나, 지금은 현금 결제가 아니면 물자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북한의 무역은 98%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데 북-중 거래가 원활치 못하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중국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북-러 간 물자 이동은 러시아 핫산역과 북한 두만강역을 잇는 화물열차에만 의존한다. 화물차가 오갈 수 있는 도로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톡과 나진항을 잇는 정기 해상루트도 없다. 게다가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북한과의 외상거래 자체가 없다.

'경제발전 20X10 정책'은 지방 20개 시, 군 지역에 대표적인 공장 건설작업을 10년 동안 벌인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이 직접 재원을 마련하여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원자재를 구할 길이 막막하다. 공장 건물의 외관은 그럴듯하게 만들지만 정작 공장을 가동할 설비들을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한미 연합훈련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북한의 현실상 무기 개발과 맞대응 훈련이 벅차게 느껴질 수 있다. 북한은 2018~2019년 미국과의 협상 시기로 되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함으로써 미국 대선 이슈로 부각시켜 유리한 대미 협상 국면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 북한의 속내인 듯 보인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관계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므로 당분간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 돌파전'을 선택했다. 미국이 먼저 대화를 제안할 때까지 핵무기를 개발하며 버티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여 미국이 먼저 대화를 요청하도록 미국 대선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13일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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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도 치밀한 대비가 필요

북한조차도 미국 대선을 이용할 정도로 세계 각국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 대선 결과에 주목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특히 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국가 이익을 위해 선호하는 후보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당선돼도 영향이 없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할 일이다. "아직 미숙한데 참모진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식의 자극적인 발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어느 한쪽 후보를 이미 지원하고 있으며, 지지하는 듯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 대선일인 11월 5일까지 이제 2달도 남지 않았다. 차분하게 관전하며 변화에 따른 대비를 치밀하게 해나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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