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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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전 6시 50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며 “북한 미사일은 약 4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2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은 지난 7월 1일 황해남도 장연에서 발사된 것과 속도, 고도 등 비행특성이 유사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 개량형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당시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4.5t급 초대형 탄두를 장착하는 미사일로 최대사거리 500㎞와 최소사거리 90㎞에 대해 비행 안정성과 명중 정확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둔 발사”라는 게 북한의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선 탄두 중량 4t 이상으로 알려진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를 운용하는 한국을 의식해 4.5t이라는 숫자를 고안해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KN-23 개량형의 북한 제식명 화성포-11다 뒤에 4.5를 붙여 새 이름을 지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때 북한이 KN-23 개량형의 발사 실패를 덮기 위해 초대형 탄두 카드를 꺼내들고 ‘끼워 맞추기’식 날조에 나섰다고 봤다. 북한이 90㎞를 날아갔다고 공개한 미사일의 경우 실제로는 120여㎞를 ‘비정상 비행’한 뒤 평양 인근에 떨어졌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미사일을 내륙에 떨어뜨리는 행태 등으로도 통상적인 시험 발사로 보기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북한이 이번에 KN-23 개량형을 다시 꺼내들었다면, 여기엔 지난번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번 발사 다음날 공개보도를 통해 “'화성포-11다-4.5'의 250㎞ 중등사거리 비행특성과 명중 정확성, 초대형 탄두 폭발위력 확증을 위한 시험발사를 이달(7월) 중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수해 등 내부 사정 때문에 발사를 미루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일 나올 북한의 공개보도에서 정확한 의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무기 개발 성과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점으로 한국의 연휴 말미를 고른 것 아니냐는 의미다.
대남용으로 분류되는 SRBM 발사는 지난 12일에도 이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발사된 해당 미사일은 KN-25로 불리는 600㎜ 초대형방사포로 새로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KN-25의 TEL을 기존 궤도형에서 차륜형으로 개량해 기동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시차를 짧게 두는 연속발사로 방사포다운 성능을 처음 보여준 점도 주목할 대목이었다.
이와 관련, 북한 관영매체는 “포차(TEL) 주행계통을 더욱 발전시키고 화력복무 전 공정을 완전 자동화한 포차의 전투적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형의 600mm 방사포차 성능검증을 위한 시험 사격을 봤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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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연휴 기간 중 꾸준히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내기도 했다. 연휴 첫날인 14일 밤부터 15일 새벽(19차)에 이어 15일 오후부터 늦은 밤(20차)에도 쓰레기 풍선 도발을 감행했다. 식별된 풍선은 19차 약 50개, 20차 약 120개였다. 이 가운데 각각 10여 개, 40여 개 풍선이 한국 지역에 떨어졌다.
군 안팎에선 명절을 틈 탄 연이은 대남용 도발이 다음달 7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이 강조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에 반영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헌법의 ‘통일’ 표현을 모두 삭제하고 대적관계를 명시해 담을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통일을 추구하는 같은 민족으로 한국을 간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이번 민족 명절 기간 도발 행보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는 물론 미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군사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쓰레기 풍선 살포를 비롯한 모든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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