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이은준 교수 |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카메라로 촬영하고 피사체의 모습을 담아 서사를 이어가는 영화의 문법은 영화가 탄생한 19세기 후반부터 계속 발전해왔다. 1895년 루이 뤼미에르(Louis Jean Lumiere)가 최초의 시네마토그래프를 완성한 후 영화는 문학, 미술, 음악 등 여러 예술 분야를 아우르며 발전했다.
최초의 영화가 나온 지 130여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은 영화 예술을 근본부터 다시 쓰고 있다. 촬영과정과 배우(혹은 출연자)의 모습을 생략하고 인공지능이 영화에 들어갈 화면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됐다.
최근 경기도청이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도는 출품작 공모 결과 세계 104개국에서 2천67편을 접수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경기도 주최,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한 영화만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최초·최대 규모 영화제다. 출품작 가운데 자격요건을 충족한 작품으로 국내 410편, 해외 125편(39개국) 등 535편이 뽑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공지능 전문기업 딥브레인AI과 기술 협력으로 기술 심사도 진행한다. 이 기술은 제출된 영상을 '딥페이크 탐지 솔루션'으로 분석해 실제로 AI 제작 도구를 활용한 영상인지 판별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포스터 |
종합예술인 영화는 예술이면서도 산업이다. 관객은 미술작품을 감상하던 시기에 나온 신기술 사진을 보며 새로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익혔다. 그러면서 사진이 예술이 되고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즉, 산업이 성장한 것이다. 영화도 그러한 신기술에서 시작했지만, 예술이 됐고 관객은 금세 영화 예술을 '향유'하는 법을 알게 됐다.
그렇게 성장한 영화는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을 만나 또 다른 예술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도약한 만큼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며 관객 역시 영화를 비롯한 인공지능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누릴 준비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전통적 예술이 도태되거나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미 대중은 예전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미술작품과 사진이 어떻게 예술로 자리잡았는지 경험했다.
이렇듯 인공지능 예술은 전통 예술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
필자가 앞서 연재한 칼럼에도 밝혔듯이 예술의 가치는 작품 그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철학과 작업 과정에 있다.
인공지능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전한 만큼 예술도 진화하고 있다.
필자와 같은 아티스트 그룹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형태와 방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했거나 아예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 작품이 전통 예술 작품과는 확연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그러한 형태로 선보인 작품 속에서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예술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있어 중요한 크게 세 가지 기준을 도출했다.
첫 번째, 인공지능 예술은 대중에게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며, 예술작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했다.
두 번째, 인공지능 예술의 발전은 대중에게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세 번째, 인공지능 예술작품을 보는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유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전통 예술과의 조화를 통해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며, 예술을 통해 느끼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더욱 깊게 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예술을 단순히 기술적 산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 예술의 형태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공지능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예술적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며,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필자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작품을 세상에 내놓고자 더욱 용왕매진할 계획이다.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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