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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알고 보면 점프파"… 첫 전막 발레 주연에 피날레까지 꿰찬 스무 살 전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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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계 아이돌' 전민철 인터뷰]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로 전막 데뷔
러시아 마린스키 입단 앞둔 한예종 재학생
'"춤이 좋아" 눈물 쏟던 소년으로 화제
"무용 반대하던 아버지, 이제 든든한 지원자"
한국일보

발레리노 전민철이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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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향한 관심은 부담스럽기보다는 감사하죠. 아쉬운 점은 많은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작품별 연습 시간이 적어질 수밖에 없어요. 한 공연을 얼마나 집중하고 후회없이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발레리노 전민철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은 세계 최정상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점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이례적으로 전막 발레 주역으로 발탁됐다. 최근 이 두 가지 공통분모를 모두 지닌 또 한 명의 무용수가 등장했다.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인 한예종 3학년 전민철(20). 이달 29일 객원 무용수 자격으로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로 주연 데뷔한다. 전민철은 '김기민에 이은 한국인 두 번째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러 발레 갈라 공연에 초대됐지만 전막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27~29일 공연 중 마지막 5회차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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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로 전막 주연으로 데뷔하는 전민철은 긴 팔다리로 우아한 춤선을 자랑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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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젊은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하는 공주 감자티의 비극적 삼각관계를 그린다. 전민철은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이유림(니키야 역), 수석무용수 홍향기(감자티 역)와 호흡을 맞춘다. 12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기자들과 만난 전민철은 "아직 학생 신분이라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는데 학생이 아닌 무용수로 봐 주셨다는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184㎝, 64㎏의 전민철은 긴 팔다리로 그려내는 우아한 춤선으로 이미 많은 발레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버지의 반대에 "무용을 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등장한 7년 전 예능프로그램도 새롭게 회자됐다.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면서 29일 공연 티켓은 지난 7월 예매 시작과 동시에 5분 만에 매진됐다. 전민철은 "해외 발레단에 입단한다고 하고 어린 시절 모습도 알려지면서 과연 전막 발레는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큰 듯하다"며 "지금 내게서 나올 수 있는 최대한으로 기량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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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이유림(왼쪽)과 전민철이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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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로 경쟁하는 사이 된 김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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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했던 발레리노 전민철의 모습. SB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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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의 길을 반대했던 아버지는 지금은 든든한 지원자다. 복병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었다. 발레를 전문적으로 배운 시기가 또래보다 늦었던 전민철은 선화예중 편입 후 기량이 뛰어난 친구들을 보면서 위축됐다. 그는 "행복해서 했던 발레였는데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렸다"며 "각자가 표현하는 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안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을 꿈꿨던 전민철은 마린스키 간판인 김기민의 도움으로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스스로 점프가 약하다고 생각한 전민철에게 김기민은 "너는 '점프파'"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기민과는 이번 가을 '라 바야데르'로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 김기민은 10월 30일~11월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같은 '솔로르' 역으로 캐스팅됐다. 전민철은 "김기민 무용수의 거의 완벽한 솔로르와 비교해 나는 기량이나 연기적으로 최대한 노력해서 내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솔로르를 표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라 바야데르' 연습에만 매일 4~5시간씩 매달리고 있는 전민철은 "세계적 무용수이자 관객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발레는 계속 노력해야 할 내 인생의 숙제"라며 "100% 완벽해지기는 어렵지만 또 답은 나와 있는 장르여서 차근차근 단점을 고쳐 가며 꿈을 더 키워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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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에서 호흡을 맞출 전민철(왼쪽)과 이유림.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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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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