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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사기 매커니즘 알면, ‘가짜’ 검사증에 안 속는다[사기의 덫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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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리딩·로맨스스캠 등 금융사기 지능화

올 8월까지 주요 사기 피해금만 1조 달해

금융사기 기본적인 매커니즘 이해 필요

헤럴드경제

위조한 공무원증. 사기범이 검사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제시한 이미지. [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사기 범죄는 진화한다. 정교하고 치밀한 수법을 동원한 금융사기는 증가 추세다. ‘사기의 덫’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남녀노소, 직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변호사나 경찰관이 사기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기승을 부리는 사기 유형은 ▷불법 투자리딩방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 등이다. 이들 3개 유형은 올해 1~8월 사이 1만8797건 발생했고, 피해금액은 9794억원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3가지 대표 사기 유형은, 다양하게 파생된다. 그리고 여러 유형을 혼합한 범죄 유형도 있다. 가령 ‘로맨스 투자사기’는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접근한 뒤 코인, 주식 투자 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를 낚기 위해서 사기범들은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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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부 유형이 많다고 하지만 모든 사기 범죄의 공통점이 있다. 사기꾼의 접근 → 피해자의 경계심을 허무는 작업(가짜 정보 등을 제시) → 피해금 편취 등 기본 흐름은 유사하다. 각 단계마다 피해자가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들이 적용된다. 검사 등을 사칭하는 가짜 신분(ID)과 문서들, 가짜 홈페이지·어플리케이션(앱)과,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장악하는 악성 앱 등이 대표적인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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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최근의 비대면 사기는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보여지는 모든 것을 조작하고 속인다”며 “사기 범죄의 핵심 특징을 숙지하고 있으면 어떠한 수법으로 접근하더라도 사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고 당부했다.

사기의 기본 매커니즘〈1〉그럴싸한 SNS 프로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우리가 주로 활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가짜 계정을 무한정으로 만들 수 있다. 프로필 사진과 경력을 도용하는 것도 다반사다. 멋진 외모와, 근사한 일상을 드러내는 사진으로 치장한 SNS 계정은 너무나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이들은 “당신과 친구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한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호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개인사를 밝힌다. 이는 피해자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끼다.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하는 이들은 주로 투자 전문가, 해외 사업가, 해외 파병 군인 등으로 가장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명목을 대면서 투자금이나 항공권 비용, 물품 운송 요금 등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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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서 접근하는 로맨스스캠의 사례 [도원비즈베트남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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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쪽같은 앱과 홈페이지

사기꾼들은 가짜 앱과 홈페이지를 진짜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한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MTS) 화면에 표시되는 주식 수익률, 외국은행 홈페이지에 찍힌 계좌 예금 잔고, 택배회사 홈페이지 물류 운송 현황 등 피해자에게 보여지는 모든 화면은 가짜다.

사기범들은 조직 차원에서 돈을 들여 정교한 앱과 홈페이지를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모른다면 사기꾼이 보내주는 홈페이지·앱에 접속해도 이게 가짜인지 눈치챌 수 없다.

여기서 무서운 것은 ‘악성 앱’이다. 사기범이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하다”는 구실로 건넨 링크를 누르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알 수 없는 앱이 설치된다. 이런 앱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사진 등 각종 정보를 탈취하고 전화도 중간에서 가로챈다. 위치 정보, 카메라·녹음 기능 작동 권한 등 휴대전화의 대부분의 통제권을 뺏는 무시무시한 프로그램이다. 악성 앱이 깔린 상태가 되면 피해자가 금감원이나 경찰, 시중은행의 공식 고객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사기범 일당이 중간에서 전화를 가로챌 수 있다. 이는 그간 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했으나, 최근엔 다른 사기범죄에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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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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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 뺨치는 시나리오

사기 범죄는 기술적인 치밀함에 더해서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시나리오까지 동원해서 이뤄진다. 노후 자금을 걱정하는 예비 은퇴자에겐 안정적인 고수익 투자처를 제시하고 외로운 사람에겐 연애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겐 저금리 대출을 제안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환경적· 심리적 취약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거액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려면, 경계심을 최대한 낮춰놔야 한다. 그래서 피해금이 아직 소액일 땐 실제로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주고 수익을 출금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내 투자금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한다. 이 상태에 이르면 사기꾼은 “확실한 수익이 가능하다”며 요구하는 금액을 조금씩 키워가고 종국엔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피해가 불어나 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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