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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류승완 "염정아·조인성, '베테랑2' 출연할 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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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
닮은 듯 다른 서도철·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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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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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어?
'베테랑2' 서도철

류승완 감독이 박진감 넘치면서 묵직한 메시지까지 던지는 '베테랑2'로 돌아왔다. 2015년 개봉한 '베테랑' 이후 '베테랑2'를 선보이기까지 그는 '모가디슈' '밀수' 등 굵직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났다. 재밌는 점은 '밀수'의 염정아와 조인성이 '베테랑2'에 등장할 뻔했다는 사실이다.

류승완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베테랑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테랑2'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범죄수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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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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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의 중심에는 빌런 해치가 있다. 해치는 사람들에게 악으로 여겨지는 이를 살해하며 대중의 분노를 해소해 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정의로운 인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사실 해치는 진실에는 큰 관심이 없다. 실제 죄가 있든 없든 악인으로 알려져 있기만 하다면 국민을 대신해 복수에 나선다. 류 감독은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 사고가 무섭다. 시청역 사건도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관계가 없다. 싱크홀 때문에 사람이 잘못되거나 주차장에서 갑자기 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잘못을 해서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난 해치라는 인물이 그런 존재이길 바랐다"고 했다.

류 감독은 해치의 사연을 더욱 깊게 다루는 시나리오도 생각했으나 서도철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포기했다. 서도철의 성장을 조명하고 싶었단다. 류 감독이 바라본 서도철과 해치는 닮은 듯 다른 인물이다. "서도철과 박선우가 (서로를 보며) MBTI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터널 신에서 박선우가 서도철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지 않나. 그 말을 들으면 서도철이 해치여도 문제가 없다. 서도철 역시 어떤 계기가 있었다면 해치처럼 됐을 가능성이 있다. 주변 인물들과 몇 개의 선택이 가져다 준 여파로 지금의 서도철이 됐다. 이들의 출발에 아주 미세한 간격이 있었지만 시간의 틈이 쌓이며 간격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치는 자신의 행위를 즐긴다. 나르시시즘이 있고, 관심을 바란다. 류 감독은 "해치는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즐겼을 거다. 그러나 지킬 게 존재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있다. 도철에게는 지켜야 할 일상이 있고 해치는 없다. 그게 결정적 차이다"라고 말했다. 박선우가 서도철이 주변인물들과 형성하고 있는 깊은 유대관계를 간과했다는 점 또한 언급했다.

작품은 주부도박단 사건으로 유쾌하게 시작한다. 류 감독은 '베테랑2'에 이스터에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테이블에 있는, 도박하는 사람들이 '밀수'의 해너들이다. 밀수해서 돈을 벌어 도박을 하는 거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 촬영을 할 때 (염)정아씨도 왔다. 그리고 조인성씨가 돈 세는 직원 역할의 카메오를 하려 했다. 그런데 '앞에서 그 정도의 거물들이 출연해 버리면 위험하겠다' 싶었다.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높여놓을 것 같더라. 정아씨는 모니터를 보며 응원만 하고 가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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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과거를 회상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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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에는 사회를 보는 류 감독의 비판적인 시각도 담겨 있다. 작품에는 사이버렉카가 등장한다. 류 감독은 "나는 이제 내가 바라보는 것들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게 어렵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해석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뉴스를 언급하며 "내 동생(류승범)의 결혼 관련 얘기를 할 때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갖다 쓰며 배우자라고 하더라. 우리 할머니가 '잘생긴 애가 감독하고 못생긴 애가 배우한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말도 안 된다. 우리가 데뷔하기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작품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류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듣길 원할까. 그는 박스오피스 기록이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의 응원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다른 것을 해보려고 했구나" "찍은 걸 보니 정성이 가득하네" 등의 말을 듣길 꿈꾸며 '베테랑2'를 준비했다는 류 감독의 이야기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베테랑2'는 지난 13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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