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마스크 씌우고 "흉물" 팻말 세워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방지법' 속속 발의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 설성공원에서 극우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구성원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씌운 모습.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페이스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극우단체가 전국을 돌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에 "철거"라 적힌 마스크를 씌우며 모욕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로선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지방자치단체도, 시민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안부 사기" 모욕에도 제지 방안 마땅치 않아
지난달 6일 충남 당진 고속버스터미널에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구성원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씌운 모습. '63/150'이라는 숫자는 국내 150개의 평화의 소녀상 중 63개에 이런 행동을 했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페이스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4일 새벽, 극우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경북 구미시 구미역 후면광장에 있는 소녀상에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를 씌우고 "위안부 사기 그만"이 인쇄된 어깨띠를 둘렀다. 소녀상 앞에는 "나라 망신 흉물 소녀상 철거!", "소녀상은 반일의 상징" 등이 적힌 팻말을 늘어놨다. 이들은 인증 사진을 찍은 후에는 원상 복구해 놓고 사라졌다.
경남 창원시의 오동동 문화광장, 경남교육청 제2청사와 양산 물금읍 양산도서관 등에 설치된 소녀상도 비슷한 시기 '철거 마스크' 공격을 당했다.
지난달 제79주년 광복절을 전후로 비슷한 방법으로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행동은 이를 '철거 마스크 챌린지'라고 부르며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다닌다. 13일 김병헌 단체 대표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국내 150여 개의 소녀상 중 84개에서 이미 '챌린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뚜렷하지만 현행법상 처벌은 쉽지 않다. 소녀상은 사물이기에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직접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소녀상을 공공 조형물로 지정했다면 훼손 시 지자체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마스크 씌우기를 물리적 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법' 발의
제79주년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한 가족이 소녀상 머리에 묻은 이물질을 닦아주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에 정치권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법'을 속속 발의 중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64명은 지난달 발의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 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앞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소녀상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1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소녀상 실태 파악을 위해 최초로 전국 17개 시도 대상 조사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6일 각 시도에 현황 집계 공문을 보냈고, 이달 초 기준 절반가량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경찰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 도내 90여 개 시민단체가 이름을 올린 '친일청산과 소녀상 지키기 시민모임'은 지난 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매국노의 소녀상 테러 행위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소녀상에 대한 테러는 피해자에 대한 폭력이자 다짐비를 세운 시민들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다"며 "소녀상 테러 범죄자들은 역사와 피해자 앞에 사죄하고 창원시와 수사기관은 이 같은 범죄 행위를 조속히 수사해 엄벌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