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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언니야 우리 교과서에 나왔데이"…칠곡할매 글 교과서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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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우리 교과서에 나왔데이"…칠곡할매 글 교과서에 실린다

[앵커]

어린 시절 가난과 여성이란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쓴 글자가 '칠곡할매 글꼴'로 널리 알려져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번엔 이 할머니들의 글이 교과서에 실려 눈길을 끕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이원순 / 칠곡할매>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구순을 바라보는 이원순 할머니가 쓴 시 '어무이'입니다.

늘 따뜻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마을 곳곳엔 할매를 끔찍이 챙기는 귀한 손녀를 향한 사랑이 담겼고, 마당 한 가득 자리한 꽃을 보다 먼저 떠난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 남았습니다.

6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젠 나이 든 할머니가 됐지만, 첫사랑에 가슴 떨린 수줍은 마음도 담장 한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할머니들의 솔직한 마음과 인생 이야기가 서정적으로 표현된 글들이 이번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교과서는 "70여 년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며 두 면에 걸쳐 할머니들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글의 주인공은 고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와 이원순(87), 박월선 할머니 등 4명입니다.

기쁜 소식에 칠곡군은 할머니를 초대해 조촐하게나마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김재욱 / 칠곡군수> "할머니들이 글씨체도 만드시고 또 시도 쓰시면서 노년의 삶이 결코 외롭거나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이셨습니다. 이번 교과서 수록을 통해서 칠곡 할머니들의 열정을 널리 알리고…."

할머니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거나 6·25 전쟁을 겪으면서 가난과 여자라는 굴레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늦게 배운 한글이지만 열심히 글을 지었고, 또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글씨도 썼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할매글꼴은 대통령과 경북도지사의 연하장 등에 글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일이 꿈만 같은 순간, 함께 시간을 보낸 언니들이 그립습니다.

<이원순 / 칠곡할매> "군수도 만나고 참 좋다. 저승에 가서 언니들 잘살고 잘 지내라."

칠곡할매들은 자신들의 글로 공부하게 될 학생들에게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원순 / 칠곡할매> "사람을 서로 중요하게 여기고 친구들도 좀 조화롭게 서로 잘 지내고 그래 살면 제일 좋겠어요."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daegura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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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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