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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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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원석 총장…“민생 우선 성과, 이재명·김건희 수사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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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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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퇴임식을 열고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서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임기 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을 마무리짓겠단 의지를 밝혔으나 최재영 목사 수사심의위원회(24일) 변수로 후임자에 넘기고 떠나게 됐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아 그해 9월 45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공식 임기는 오는 15일 자정에 마친다.

이 총장은 퇴임사에서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은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토로했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 검찰 현안 수사를 두고 연일 충돌 중인 여야 진영을 겨냥해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임기 2년여 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하였다”며 “아쉽고 부족한 것은 모두 제 지혜와 성의가 모자란 탓”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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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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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 민생 범죄 대응과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그는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재산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라며 “성폭력·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혐오 범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아동 학대, 마약, 음주운전, 금융·증권범죄 등 민생 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재직 기간 동안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가상자산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합수단, 국가재정범죄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환경범죄합동수사팀 등을 출범시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어려워진 수사 환경에 대해선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며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하여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혼자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여러 기관의 칸막이를 없애 함께 일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일수록 법치주의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피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근거 없는 비난과 매도에 시달려도 그것이 검찰의 숙명”이라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재명·김건희 신중 기하다 무성과”…엇갈린 평가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긍정적 평가로는 “세세한 민생 사건들까지 꼼꼼히 챙긴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총장(대검 관계자)” “사건 보고를 받으면 일선 평검사들에게도 ‘국민을 위해 힘써달라’는 격려 메시지를 서너 차례씩 보내주던 따뜻한 상사(수도권 평검사)” 등이 있었다. 특수통 검사 시절부터 이어진 ‘꼼꼼한 원칙주의자’ 면모에 대한 호평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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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한가위 명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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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이재명·김건희 등 굵직한 수사를 두곤 “좌고우면하는 유약한 모습”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해 지난해 9월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점이 패착으로 꼽혔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한 차례 부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청구한 영장이 “사실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치명적인 이유로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대한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와 다섯 번 기소는 민주당의 무더기 검사탄핵 시도로 이어지는 등 여러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를 수사했던 한 수도권 검사는 “총장의 지원이 넉넉한 수사였지만 지나치게 대형 사건으로 만든 탓에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결과적으로 여권과의 균열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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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의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사건 처리를 두고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검찰 내부 등과 전방위로 갈등했다. 지난 5월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1차장·4차장이 이 총장과 협의 없이 교체된 ‘인사 패싱’에 이어 지난 7월 김 여사 방문조사를 10시간 이후 보고받는 등 두 번의 패싱 논란을 겪었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한 수도권 검사는 “이 대표 수사는 제도와 여건이 안 따라준 면도 크지만, 김 여사 수사는 총장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다가 자신도 수사팀도 자멸한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임기 내 처분’을 약속했던 김 여사 명품백 사건 처리는 차기 심우정 총장의 몫이 됐다.

김정민·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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