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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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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도 궁금증 물어볼까”…아랍어 인공지능 만든다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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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최수연 수뇌부 총출동
디지털트윈 이어 AI 협력 확대
사우디와 아랍어 LLM 개발
빅테크 맞설 ‘소버린AI’ 구축

향후 53조원 투자계획 사우디
글로벌 AI업계 ‘큰 손’ 부상


매일경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압둘라 알감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장, 채선주 대외·ESG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에삼 알와가이트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정보센터(NIC)장이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 2024’에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레스 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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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10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직속 기구인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협약을 체결한 것은 사우디가 추진중인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네이버는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기반의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개발하는 중책을 맡게됐다. 단순히 AI 모델 자체에 대해서만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버린 AI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우디내에서의 데이터 센터 솔루션 등 인프라단에서부터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파악된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데이터센터부터 클라우드, LLM 모델, 이를 활용한 서비스까지 소버린AI의 엔드투엔드 전체 영역에 대한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에서 성공적인 기술 수출 사례를 만들어낼 경우 네이버의 ‘소버린AI’ 전략과 해외 영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지난 3월 AI 분야에 400억달러(약 53조68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AI업계 큰손으로 급부상한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소수의 국가만이 자체 AI 모델을 포함한 AI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해외 모델에 종속되지 않고 수요 기업 또는 국가가 자체적인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네이버의 소버린 AI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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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광폭 행보도 주목된다. 올초부터 대외 활동을 재개하면서 ‘소버린AI’를 키워드로 꺼내든 그는 해외 세일즈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출장단을 이끌고 사우디로 날아간 이 GIO는 마제드 알 호가일(Majed Al-Hogail)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압둘라 알스와하(Abdullah Alswaha)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마지드 알 카사비(H.E. Dr. Majid AlKassabi) 상무부 장관, 압둘라 알감디(Abdullah bin Sharaf Alghamdi) 데이터인공지능청장 등 사우디 정부부처 핵심 관계자들과 만났다. 사우디 측은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버린AI’에 대한 네이버 수뇌부의 진정성과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국 검색시장을 지켜온 네이버의 기술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GIO는 지난 6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도 ‘소버린AI’ 현안을 논의했다.

국가별 AI 모델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엔비디아와 초거대 AI 모델 개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네이버의 시너지 모색이 주요 안건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해당 논의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버린AI는 국가나 기업이 빅테크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인프라스트럭처와 데이터를 활용해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각 지역에 특화된 문화와 그에 맞는 언어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자체 LLM 기술력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네이버가 자체 기술로 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했듯 현지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지 시장에 맞춰 법과 제도를 모두 이해해 작동하면서도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게 기술 수출의 핵심 포인트로 보고 있다.

최근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AI개발을 주도하는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각국에선 자체 LLM 개발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가 국가주의로 번질수록 현지 문화와 언어에 맞는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제3국과의 AI 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네이버는 미국과 중국 빅테크 맞서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영어와 중국어가 아닌 언어를 기반으로 초거대 AI 모델 구축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클라우드 기반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경험까지 갖춘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네이버가 유일하다.

앞서 이 GIO는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구절을 인용하며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업무 협약은 네이버의 꾸준한 사우디 시장 공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팀네이버와 사우디 SDAIA은 이번 MOU를 계기로 AI 뿐 아니라 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봇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아직 실제 계약 단계는 아니지만, 포괄적인 협업인만큼 향후 사업화의 범위가 넓어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주목하는 사우디에서 성공적인 ‘기술 쇼케이스’를 펼칠 경우 중동을 넘어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로의 수출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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