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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인터뷰]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왜 9년 만에 돌아왔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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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가 9년이나 걸린 이유를 밝혔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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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50) 감독이 천만 영화 ‘베테랑’의 속편을 9년 만에 세상에 내놨다.

영화 ‘베테랑2’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팀에 수상한 막내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해 벌이는 추격전을 담은 액션 범죄 수사극이다.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2005) 이후 9년 만의 속편으로,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속편 제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저도 속편으로 이뤄진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만든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베테랑’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베테랑’은 인물 자체의 매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서도철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많은 시리즈가 주인공의 힘과 매력으로 간다. ‘베테랑’은 현장에서부터 만든 사람들의 애정도가 깊어져서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속편을 꼭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 서도철 옷을 의상 팀에 보관하게 하고 속편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저도 9년이나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베테랑’ 1편이 시작할 때는 소위 말하는 텐트폴 영화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중급 규모의 영화였다. 당시 사회 분위기와 뭔가 맞물려서 큰 성과를 거뒀다. 저희 목표는 400만이면 대성공이라고 했는데 3배가 넘는 흥행 스코어가 나왔다. 좋기도 하면서 불안해지더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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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베테랑’ 시리즈는 황정민이 없다면 종결이라고 표현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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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베테랑’ 1편이 통쾌한 응징으로 사이다를 선사했다면, ‘베테랑2’가 조금 더 묵직하게 ‘정의와 신념의 충돌’을 이야기하게 된 이유도 밝혔다.

그는 “기존에 생각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사이다 장르물’이 나와 성공을 거뒀고 저도 즐겨 봤다. ‘베테랑’ 짤이 소환되면 저도 낄낄대고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저에게 브레이크를 걸게 한 일이 있었다”며 “‘베테랑’ 1편은 저를 분노하게 했던 몇가지 사건이 모티브가 돼 달려가게 했다. 영화 안에서도 복수의 쾌감을 이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제가 여러 사건에 대해 분노해서 비난하고, 심지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살의를 느끼곤 했는데, 지나고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책임감을 느끼는 정도가 내가 비난을 일으킨 감정보다 약해지는 걸 느꼈다. 심지어 무서워졌던 지점은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 ‘이건 아닐 거야. 내가 분노했던 게 맞을 거야’라고 자신을 방어하고 변호하고 있더라. 거리를 두고 저를 봤을 때 스스로가 섬찟했다. 내가 일으키고 있는 분노는 옳은가,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가. 그런 생각들이 9년이라는 시간 안에 계속 쌓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베테랑’ 1편 같은 경우가 가려운 곳을 확 긁어주니까 쉽고 좋긴 한데 소화 안 된다고 콜라 사이다 마시다가 위를 버리는 경우도 있지 않나. 저도 시간이 지나며 1편이 왜 성공했는지 알고 대중들도 어떤 것을 기대할지 알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 스스로가 안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고 저 스스로가 혼란에 빠져있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가는 것이 힘들었다. 사실 황정민 선배는 처음에 이 방향을 듣고 ‘자기야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해’라고 했다. 그런데 제가 더 나이들기 전에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걸렸고 생각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베테랑2’가 베일을 벗은 후 전작보다 무거운 느낌이 드는 작품에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이에 배우 마동석이 괴물 형사로 활약 중인 ‘범죄도시’ 시리즈와 차별점을 두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황. 마동석은 ‘베테랑’ 1편에서 문구점 사장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공교롭게도 우리가 친하게 지내서 이야기 소스를 제공받는 형사가 ‘범죄도시’ 자문 형사와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베테랑’이 먼저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마동석이 처음 ‘범죄도시’ 찍을 때 ‘우리 겹치지 말자’라며 자기가 생각한 스토리들을 전부 보냈다. 저 역시 ‘범죄도시’의 팬인데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가 ‘범죄도시’를 보면서 너무 웃기니까 ‘난 저렇게 못 웃기겠구나’ 싶더라. 두 작품 결이 너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베테랑’2에는 다시 한번 서도철 형사로 변신한 황정민을 비롯해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전작에서 함께한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활약을 펼친다.

류 감독은 “‘베테랑’은 황정민이 안 한다면 종결이다. 이제 저는 빠질 수 있어도 황정민은 빠질 수 없다. 황정민이 곧 서도철”이라며 황정민을 향한 진한 애정을 보이면서도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팀원들을 키워놓는 건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속편에서는 전작의 팀원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중에는 활발히 연기 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김시후는 떠나있기도 했는데 다들 흔쾌히 한다더라. 마치 ‘어머, 이건 해야지’ 같은 반응이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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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 빌런 정해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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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 새 빌런으로 합류한 정해인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류 감독은 영화 ‘시동’ 현장에서 정해인을 처음 봤다며 “세상 큰 어른 만나듯이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이야기하더라. 박정민과는 단편을 찍어봐서 편하니까 농담하고 있는데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저렇게 살아가는 인간은 안이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베테랑2’를 제안하고 각본을 전달하기 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술 한잔하면서 이 인간이 흐트러질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지켜보는데 안 흐트러지더라”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대화를 해보면 화가 있다.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바른 길을 가려하기 때문에 그 실수의 허용 범위가 좁다. 이 친구도 화가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화를 어떻게 다스리냐고 하니 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좀 무섭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그 용광로같은 뜨거움이 있는데 고요한 원자로가 무섭지 않나. 그 원자로 하나가 안에 있는 거다. 딕션이 정확하고 목소리가 차분한데, 다산의 자손이 보여주는 정직한 광기가 좋았다. 전작의 조태오가 너무 큰 사랑을 얻었고 각인되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가 거기에서 비교돼 연기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저도 그걸 원하지 않았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이 인물이 그렇기를 바랐다. 명확한 장면도 있고 혼란한 장면도 있었을 텐데 우리가 살면서 내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싶은 순간이 있다. 정해인에게 그런 걸 요구했고 그래서 앞뒤 커트가 붙었을 때 오히려 공포감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이야기했다.

추석 극장가를 정조준해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의 손익분기점은 400만. 류 감독과 배우들은 추석에도 무대 인사를 이어가며 흥행 예열에 나선다.

류 감독은 ‘베테랑’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명확한 이야기는 있다”면서도 “‘베테랑2’가 잘 돼야 볼 수 있지 않겠나. 만약 만든다면 9년까진 안 걸릴 것”이라고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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