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총투자액 1조원 못미쳐
주요국 대비 낮은 성과와 수익성이 민간투자 위축 원인
투자액 크고 성과까지 시간 걸려...정부 지속적 지원 필요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 건수는 3년 만에 반토막 났으며, 투자액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빠르게 AI 소프트웨어 성과와 매출을 내는 미국·중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국내 AI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정책과 주요 성과가 줄어들면서 민간투자가 함께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벤처캐피털 분석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집계 가능한 국내 AI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액수는 7182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건수는 149건이다.
아직 3개월가량의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 공개된 VC의 투자계획이 없는 만큼 연말까지 투자액수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IB(투자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선 지난해(7908억원)에 이어 올해도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금액이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총투자건수는 231건이다. 올해 1~9월 투자건수와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총투자건수는 82건 줄었다. 2022년 292건(총투자액 1조4030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업계는 국내 AI 민간투자가 축소된 원인을 주요국 대비 낮은 성과와 수익성에서 찾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AI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한 2018년 기준 국내 AI 기업 중 75.9%가 매출을 일으켰으며, 24.1%는 매출이 없었다. 이 같은 수치는 5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마지막 통계인 2022년 기준 국내 AI 매출 발생 기업 비율은 76.5%로 5년 동안 0.6%P(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은 국내 AI 스타트업의 잠재력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AI 기업의 총매출은 4조2824억원으로,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인 69조원의 6.24%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글로벌 AI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를 약 95조원으로 전망했으며, 과기부가 추산한 같은 해 국내 AI기업 매출은 5조200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대비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5.2%로 2022년과 비교해 오히려 0.99%P 감소했다. 투자업계는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국내 AI 산업의 성장률이 글로벌 AI 시장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자업계의 이 같은 전망은 AI 민간투자 축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은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의 ‘AI 지수 민간투자 부문’에서 18위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에서 한국의 점수는 8.3점으로 상위 10개국 평균(29점)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홍콩(19.2점)과 인도(8.9점)에도 뒤처졌다.
민간 투자 축소는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졌다. 포브스의 ‘2024년 AI 50기업’ 리스트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AI 스타트업들은 산업에 투입되는 금액이 크고 인력 대비 성과가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기술 산업인 만큼 규제 완화와 지속적인 정부 예산투입 등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AI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AI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며 "챗GPT가 2022년 말 나오면서 지난해에는 그래도 분위기가 좀 괜찮았지만 올해는 그보다는 좋지 않은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아주경제=김성현·윤선훈 기자 minus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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