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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통령과 여당은 2년 6개월째 충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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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과 여의도 양대 권력 ‘비토크라시’ 시대

‘4+1개혁’ 옳아도 지지율 낮으니 실행 어려워

게다가 정권 재창출 실패하면 ‘무업적 정부’

역대 정권 몰락은 늘 ‘내부 분열’에서 시작

지난 주말 韓대표 빼고 용산서 최고위원 만찬

공멸 꿈꾸는가… 양쪽 다 전략 바꿀 마지막 기회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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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역사적 업적’과 ‘정권 재창출’을 모두 해내야 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둘 다 쉽지 않은 목표다. 극단적 여소야대라 야당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후 풍족했던 자산을 허무하게 탕진했다. 그 결과 통치의 중요한 기반인 ‘지지율’과 ‘총선 승리’ 모두 잃었다. 이제 개혁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1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4+1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저출생)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며 “늘 그렇듯 개혁에는 많은 저항과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 듯 말한 것이다. 틀린 말이다. 지지율이 낮은 탓에 총선에서 졌고 그 때문에 개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개혁의 전략적 목표를 제시한다고 저절로 개혁이 되는 게 아니다. 개혁 전략 목표는 좋다. 성 실장은 의료 개혁에 대해 “지역·필수 의료 체계 구축과 의학 교육 선진화·전공의 수련 체계 혁신을 통해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와 상급 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 이용 체계를 정상화하고 필수·지역 의료 수가를 개선해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표가 아니라 수단과 방식이 너무 거칠어서 사달이 났다.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교육 개혁의 목표는 다양성 확대와 선택권 보장,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주는 공정한 교육과 창의적 인재 양성에 두고 있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금 개혁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미래 세대도 공감하며 노후 소득을 두텁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이런 목표를 반영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노동 개혁은 ‘근로시간·형태·임금 구성 구조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미조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 약자 보호법’ 제정’을 핵심으로 꼽았다. 문제는 방향이 옳더라도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용산과 여의도 이중 권력 상태인 ‘비토크라시(vetocracy)’ 상황에서 ‘대한민국 생존과 미래를 위한 개혁’은 야당과 ‘정치적 빅 딜’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헌을 고리로 하든 야당이 원하는 개혁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든 윤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이 없다면 ‘역사적 무업적 정부’로 기록될 수도 있다.

물론 야당의 도움 없이도 대통령이 남길 수 있는 업적은 있다. 외교·안보·경제적 성과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 대부분은 이 분야다. 대한민국 위상 제고와 K문화 덕에 윤 대통령은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국제사회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국제 정치 환경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맡은 배역을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런 성과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을 때 얘기지 실패하면 격하를 피할 수 없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적 위상이 비슷하지만 퇴임 후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차이를 만든 핵심은 정권 재창출 성공 여부다. 김영삼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격하를 피할 수 없없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면 지금과 다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야 업적을 남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정권 몰락은 야당의 공격, 언론의 비판,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다. 내부 분열 때문이다. 대선 승리를 가져온 ‘선거 연합’을 해체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김영삼 정부는 3당 합당의 두축인 ‘JP 축출’과 ‘전두환·노태우 구속’으로 충청과 TK가 떨어져 나가면서, 김대중 정부는 ‘DJP 연합’을 해체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호남 기반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직후 박근혜가 “국민도 속고 저도 속았습니다”라고 말한 순간에, 박근혜 정부는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위기의 출발도 선거 연합 해체다. 이준석 대표를 내쫓는 순간 대선 방정식 승리 공식인 ‘세대 연합’ 해체로 2022년 7월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이후 한 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자기가 앉아 있는 의자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자른 격’이다. 그후 총선 패배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의대 증원 이슈와 한동훈 대표와 갈등으로 20%대로 내려앉았다. 국정 기조와 태도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면 30%대 지지율 회복 가능성보다는 20% 붕괴 가능성이 더 크다.

정치 지형 변화로 절대 지지층 규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상황에 국민의힘이 분열한다면 대통령 지지율 회복과 선거 승리는 난망하다.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의 물리적 충돌은 패배로 이어졌다. 지난 2년 6개월간 대통령과 당은 계속 충돌 중이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다.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 하는 상황에서 미래 권력이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면 ‘조기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 권력은 없다.

지난 주말 대통령 관저에서 한동훈 대표 측을 빼고 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과 만찬을 했다는 보도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강한 충돌을 예견하게 한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고립과 붕괴 시도를 암시한 듯한 장면이다. 한 대표는 당권·대권 1년 6개월 전 분리 당헌에 따라 내년 9월 당대표 사퇴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그보다 일찍 파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충돌이 결국 대통령 탈당과 분당으로 이어진 역사를 재연할 수 있다.

내일부터 추석 연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전략을 재검토할 좋은 기회다. 지난 2년 6개월 계속된 전략적 실패를 수정할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공멸이다.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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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정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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