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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애서가·과학자가 말하는 ‘당신이 책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한가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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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론과 예찬론, 과학적 가치

서재와 책장 등 이미지도 볼거리

긴 여름 끝에 추석이 돌아왔다. 연휴를 독서에 대한 애정을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꺼지기 쉬운 독서의 불꽃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책에 대한 책’ 네 권을 소개한다.

압도적인 서가의 존재감

경향신문

2021년 작고한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의 독서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워낙 많은 책을 읽어 ‘지(知)의 거인’으로 불린 다치바나는 10만권이 넘는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지상 3층, 지하 2층짜리 ‘고양이 빌딩’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는 독서가들이라면 탐낼 만한 ‘고양이 빌딩’ 내 서가를 샅샅이 해부한 책이다.

책은 사진작가 와이다 준이치가 서가를 각 층과 각 구역별로 세밀하게 찍은 고화질 사진을 먼저 배치한 뒤 다치바나가 책에 대해 설명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서가라는 것은 재미있는 물건이다. 하나하나의 블록이 특정한 생각하에 형성돼 있다는 게 잘 드러난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블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때그때의 생각에 이끌려서 일군의 서적을 모은 결과가 각각의 블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책의 주인공은 무엇보다 와이다가 장인의 끈기로 작업한 서가 사진이다. 와이다는 고양이 빌딩 내 모든 책장을 한 칸 한 칸 촬영한 후 합성하는 방식으로 이 방대한 서재의 존재감을 포착했다. 사진 속 책이 뿜어내는 존재감이 독자를 압도하는, 왜 책이 디지털이 아니라 종이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책이다.

대만 최고 독서가의 독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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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다치바나가 있다면 대만에는 탕누어가 있다. 그는 매일 오전 타이베이의 한 카페로 출근해 종이에 약 3000자를 쓰고 귀가해 종일 책을 읽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글항아리)는 자신을 ‘전문 독자’로 규정하는 탕누어의 독서론이 집약된 책이다. ‘책을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외워야 할까’ ‘어떻게 읽을 것인가’ 같은 챕터가 포함돼 있지만 일본 독서법 서적의 고전으로 불리는 <독서만능>과 비교하면 대단히 사변적이고 철학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독서의 힘에 대한 탕누어의 신뢰는 확고하다. “의미를 상실하여 절망하면 독서는 지속되지 못한다. 하지만 독서의 의의가 가장 풍부하게 자라는 곳은 바로 책의 세계다. 인간의 최초의 선의는 불꽃에 불과하기 때문에 차디찬 현실 세계의 공기에 의해 쉽게 꺼져버린다. 불꽃이 계속 타오르기 위해서는 땔감을 넣어야 하지만 메마르고 추운 세상에는 항상 자원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땔감인 독서가 지속되어야 한다. 세계가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지속되는 독서다.”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과학적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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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에 따르면 독서는 인간의 선천적 능력이 아니다. 갓난아기는 책을 읽을 수 없고 성인 중에도 문맹이 있다. 다시 말해 독서는 학습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후천적 능력이다. 이 능력이 발명된 것은 불과 수천년 전이지만,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울프는 <프루스트와 오징어>(어크로스)에서 “그 발명품을 통해 인간은 뇌 조직을 재편성했고 그렇게 재편성된 뇌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확장시켰으며 그것이 결국 인지 발달을 바꾸어놓았다”고 말한다.

후속작인 <다시, 책으로>에서는 디지털 기기 확산에 대한 저자의 우려를 읽을 수 있다. 울프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읽기 경험은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지식의 저장고에 통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추세가 오래 지속되면 그동안 깊이 읽기를 가능하게 했던 뇌의 연결회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책들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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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인 마운트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의 ‘책더미’를 세 배로 늘리는 것”이라고 호기롭게 선언한다. 책의 백미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마운트가 그린 그림들이다. 그의 손을 통해 영미권의 유명 서점과 작가들의 방, 각 분야별 추천 도서들이 따뜻한 느낌의 그림으로 재탄생한다.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들이다.

“그리고 당신이 어느 책 한 권을 사랑하면, 많은 사람들도 그렇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한 사랑 덕분에 우리는 서로 인연을 맺고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기적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모든 책을 꿰뚫는 요지다. 책은 다른 사람이 이 세상을 보듯 우리가 세상을 보게 해주고 서로를 이해하도록 도우며 우리 모두는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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