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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소아과 생기고 노인들은 극장 구경…‘고향 살리는 마법’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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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희망 주는 ‘고향사랑기부제’


경향신문

전남 곡성군 옥과보건지소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소아과 전문의의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곡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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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남 영암과 곡성에 수십 년 만에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열고 진료를 시작했다. 병원도 상점도 잇따라 문을 닫고 떠나는 농촌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보낸 것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기부자’들 이었다.

고향사량기부제가 고향에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모아 주민복지정책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자체들이 기부금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을 미리 공개해 기부를 받는 ‘지정기부’가 시작됐다. 기부자는 원하는 사업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액의 30% 범위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 세액공제 혜택도 받는다.

연간 500만원까지 가능했던 기부금액은 내년부터는 2000만원까지 늘어난다. 고향을 다시 뛰게 하는 ‘고향사랑기부제’ 현장을 살펴봤다.

영암·곡성에 수십 년만에 ‘소아과’ 진료 개시


전남 영암군보건소와 삼호보건지소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소아청소년과’가 진료에 들어갔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월·수·금에는 삼호보건지소, 화·목에는 영암보건소에서 진료한다.

영암에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6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그동안 소아과가 없어 아이가 아프면 주민들은 목포시나 나주시, 광주광역시까지 가야 했다. 군은 지난해 받은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채용해 보건소에 소아과를 개설했다.

전남 곡성에서도 60여년 만에 소아과 진료가 시작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광주광역시 병원 소속의 소아과 전문의가 1주일에 2번 옥과통합보건지소에서 ‘출장 진료’를 하는 형태다.

1960년 한국에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도입됐지만 곡성에는 그동안 한 번도 소아과가 개설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프면 주민들은 소아과를 찾아 인근 도시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곡성군은 지난 1월 ‘지정기부’ 사업으로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를 추진했다.

80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주 2회지만 소아과 진료가 시작됐다. 군은 소아과 의사를 직접 채용하기 위해 2억5000만원을 목표로 또다시 지정기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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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의 학생오케스트라인 ‘산청청소년관학합주단’. 4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합주단을 지원하기 위해 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기부를 받는다. 산청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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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단·야구·탁구 지원, 아이들의 ‘꿈’ 응원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군에는 2017년 창단된 학생오케스트라가 있다. 산청청소년관악합주단은 산청의 초·중·고 학생 40여명으로 구성됐다. 작은 마을이지만 청소년합주단은 지역의 자랑이다.

산청청소년관악합주단은 최근 ‘제7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 지역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80여개 팀이 참가했다. 산청군은 합주단에서 음악을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다.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등 악기구입과 전국대회 참가, 정기연주회 등을 지원하기 위해 3000만원을 모금하는 게 목표다.

광주 동구는 발달장애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야구단을 유지하기 위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다. 2016년 창단된 ‘ET(East Tigers·동쪽의 호랑이들)’ 야구단에는 10∼24세 까지의 발달장애인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야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ET야구단은 지난해 모 기업의 후원이 종료되면서 해체 위기에 놓였다. 야구단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고향사랑기부다.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야구단을 지원했고 올해는 훈련비 마련과 연습장 건립을 위해 11억5000만원을 목표로 지정기부를 받고 있다.

충남 청양군은 ‘탁구’로 특화된 지역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탁구부가 있는 청양군 정산초·중·고에는 탁구 지망생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 5년간 55명의 아이들이 탁구를 위해 청양으로 왔다.

군은 탁구부 훈련 용품과 대회출전비 지원을 위해 지난 6월부터 5000만원을 목표 고향사랑기부금을 모집했다. 사업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기부로 모금은 조기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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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의 작은 영화관인 기찬시네마를 찾은 주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영안군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지난 4월부터 65세 이상 주민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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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시장 재건·노인들은 영화관람 ‘웃음꽃’


고향사랑기부는 화재로 잿더미가 된 고향의 전통시장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지난 1월 충남 서천군의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시장 점포 227곳이 불에 탔다.

불이 난 이후 장날에도 시장은 썰렁하고 지역 경기도 침체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향우들의 추억의 공간이 사라진 것에 아쉬워했다.

시장 재건축에 나선 서천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하고 있다. 지정기부를 통해 시장을 복구하고 상인들에 힘을 주겠다는 것이다.

영암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요즘 ‘극장 구경’에 신이 났다. 군은 고향사랑기부금을 통해 65세 이상 노인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엄니 극장 가시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군에서 보낸 버스를 타고 읍내에 있는 작은영화관인 ‘기찬시네마’에서 최근 개봉 영화를 본다. 현재까지 1700여명의 주민의 영화를 관람했다.

경남 하동군은 유기되거나 확대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정기부를 받고 있다. 반려동물을 구조하고 재입양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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