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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삼의 법칙’ 창시자 “지금은 美 경기 침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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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팬데믹 이후 모든 예측 지표 들쭉날쭉...9월 美 금리인하 0.5%p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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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의 법칙(Sahm Rule)’은 미국의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데, (법칙을 만든) 나는 침체가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네요.”

미국이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져들지 말지를 족집게처럼 예언해내는 신생 지표, 삼의 법칙을 창시해 최근 ‘핫한’ 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클라우디아 삼 전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는 WEEKLY BIZ와 지난 4일 화상으로 만나 “지금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마치 예언자가 자신의 예언을 스스로 부정한 것과 같은 셈이다.

삼이 2019년 내놓은 삼의 법칙은 실업률의 상승 추이에서 경기 침체의 징후를 포착하는 지표다. 최근 3개월간 실업률 평균이 직전 12개월 동안 3개월 실업률 평균 최젓값과 비교해 0.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면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간주한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이나 미국 주요 금융사들도 “지난 50여 년 동안 미국 경제에 적용해보면 삼의 법칙은 대부분 들어맞았다”고 했다. 그런데 유독 창시자 스스로 “이번엔 아니다”라고 한다. 왜일까. 삼은 “최근 실업률 증가는 (경기 침체 때 나타나는) 기업의 인력 수요가 줄면서 생기는 ‘나쁜 실업’이 아니다. 노동시장 복귀, 이민자 유입에 따른 실업률 증가는 과거 경기 침체기 채용이 줄면서 실업자가 급등했던 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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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

불황 우려가 커진 건 미국 실업률 때문이다. 2022년 2월부터 3%대였던 실업률은 지난 7월 4.3%까지 올랐다. 7월엔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이 직전 12개월 3개월 실업률 평균 최젓값과 비교해 0.53%포인트 벌어졌고, 삼의 법칙에서 불황 판단 기준점으로 삼은 0.5%포인트를 넘었다. 지난달엔 0.57%포인트로 조금 더 오른 상태다. 더구나 고공 행진했던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약화하고, 제조업 업황에 대한 기대도 식는 중이다. 그럼에도 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지 않고 소프트 랜딩(연착륙)할 것이라 내다봤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본인이 만든 법칙인데 왜 안 맞을 것이라고 하나.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4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모든 경제지표가 과거보다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지표 간 연관성이 무너졌다. 여러 가지 거시경제학적 ‘황금 법칙’이 흔들리는 것이다. 삼의 법칙에 맞는 듯 보이는 시간이 왔지만, 경기 침체가 아니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삼의 법칙이 근거로 삼는 실업률이 높아진 건 사실 아닌가.

“미국 실업률이 오르고 있고, 노동시장이 식어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보였던, 노동력 부족 등에 따른 낮은 실업률은 오래가기 어려웠다. 오히려 지금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기라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팬데믹 때 일터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게 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졌다. 각종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일자리를 찾는) 이민자 유입이 늘어나는 것 역시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인구가 최근 몇 년 중 최고치이며, 이것만 놓고 보면 아주 이상적인 노동시장 상황이다. 반대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고용 규모가 작아져 실업률이 오른다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실업률 증가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노동시장의 공급에 맞춰서 수요(채용)가 따라서 늘어만 준다면, 이러한 탄탄한 노동시장을 연준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7월 실업률이 4.3%까지 오르며 침체 우려가 커졌는데.

“7월 실업률에 대한 (우려의) 반응이 컸던 것은 예상(시장 예상치 4.1%)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8월 실업률(인터뷰 뒤 4.2%로 발표) 역시 아주 골디락스(Goldilocks·영국 전래 동화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경제적 조건이 적당하게 딱 좋은 상태) 수치는 아닐 것이다. 노동시장 냉각이 수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실업률인 4.3%도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실업률 수준만 놓고 침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과거 실업률이 4% 미만이어도 미국이 불황에 빠져 있던 시기도 있었고, 7~8%대 실업률을 기록했지만 침체라고 보기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실업률은 여러 경기 정보를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지표지만, 여기에만 의존하면 경기 침체의 원인을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실업률만 놓고 봤을 때 정말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해갈 것이라고 보나.

“(현재 실업률 증가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실업률 상승세가 최근 정도 수준이라면 현재 상황을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침체가 발생했을 때 실업률은 침체 이전보다 최소 2%포인트에서, 통상 4%포인트까지도 상승한다. 물론 현재의 실업률 상승 폭을 가볍게 보는 것도 곤란하다. 작은 지표 변화 안에서 침체가 다가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평가해봐야 한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


◇“미국 경제 연착륙할 것”

-최근 경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는데.

“아직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고, 침체가 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제조업 전망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악화됐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50.3에서 7월엔 경기 위축 기준점인 50을 밑도는 46.8로 하락했다. 제조업에 활기가 돌지 않으면 앞으로 고용이 악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수는 최근 2년간 쭉 좋지 않았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내놓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2%대 초반으로 내려왔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산업 생산이나 국내 임금과 관련한 지표는 위축되고 있지 않다. 여전히 미국 경제의 근간은 탄탄하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 경제보다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 갈등 여파 등으로 유가가 올라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당장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연준은 물가와 고용 사이에서, 고용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다는 게 아니라 연준의 지향점에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이야기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2% 이상이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같은 물가 상승 리스크도 남아 있긴 하다. 게다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양당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을 보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감세나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 소비자들이 쓸 돈을 늘리는 정책)들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미국 경제에 다른 위험은 없나.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이유로 경기를 필요 이상으로 둔화시키는 것이다. 기업의 노동력 수요 자체를 위축시켜서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 침체는 ‘순수 악’에 가깝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금융 부문에서 ‘뒤통수’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지난해에는 상업용 부동산이 미국 금융 시장을 뒤흔들지에 대해 걱정했던 적이 있다. 현재 사회는 매우 고도화된 금융 자산 기반의 경제고, 모두는 각자 나름의 예측에 기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때때로 도박이 잘못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우려가 (경제·금융 위기 같은) 현실로 바뀔 수 있다. 미국 경제정책 입안자들도 미국 경제의 ‘강함’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미국 경제는 어떤 식으로든 ‘침체 면역(recession proof)’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예상”

-연준은 금리를 얼마나 내릴까.

“이미 파월 의장은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암시한 바 있다.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더 이상의 경기 냉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얼마나 과감한 인하가 이뤄질지다. 일단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9월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포함해 총 네 차례 정도 비슷한 수준 금리 인하를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준은 중립 금리를 찾아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소한 2%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본다. 실업률 상승이 정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 이보다 금리를 더 많이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침체가 온다면 3~4%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텐데, 이러한 급격한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나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고,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너무 늦게 금리를 내리려는 게 아닐까.

“일부 전문가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6개월간 노동시장 관련 데이터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정말 그런지 알 수가 없다. 2021년에도 연준의 조치가 늦었고,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연준의 판단은 비교적 바람직한 것이었다고 본다. 파월 의장이나 연준은 세상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우주의 마스터’는 아니다. 다만 적어도 현재 연준은 (시중 통화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준금리라는 ‘지렛대’를 손에 쥐고 있다. 나는 연준이 이번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 금리 인하에 매우 비판적인데.

“연준은 정치적이지만, 당파적이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정부인지에 따라 연준에 더 많은 권력을 주거나, 연준을 벌하기 위해 연준의 권한을 거둬가기도 한다. 연준 의장은 미 의회에도 출석해 질의 응답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연준 멤버들은 그들의 직업적 판단에서 당파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연준은 매우 까다로운 한 해를 보이고 있다. 9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 정치적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이를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할 것이고, 민주당은 반대로 얘기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번 가을 연준이 내린 결정의 여파는 (대선 이후인) 내년은 되어야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난달 트럼프가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연준의 금리 정책에 관여할 것 같다. 실제로 연준은 선거에 영향은 주지 못하는데, 선거는 연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파월, 소통 잘하고 오픈 마인드”

-파월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연준은 생각보다 매우 작은 조직이다. 직접 연준 의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지는 않았지만, 파월 의장을 만날 기회는 종종 있었다. 연준을 떠나면서 뉴욕타임스에 파월 의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모두가 지적하는 것처럼 ‘파월은 경제학자가 아니다(변호사다)’란 내용이었다. 다만 그는 매우 똑똑하고, 경제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경제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늘 열린 사고를 하고, 도그마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파월이 좋은 소통가란 점이다. 연준에는 (경제·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할 수 있는) 큰 메가폰이 주어진다. 파월은 말을 평이하게 하는 편이기에 전임자들에 비해 발언이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파월이 (경제·금융시장의) 심판이나 해설자 같은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파월 의장의 한마디에 자산 시장이 지나치게 좌지우지된다는 비판도 있는데.

“실제로 현재 경제체제에서 금융시장의 비중은 매우 크다. 금융시장이란 무대에서 파월은 ‘주연’ 역할을 맡게 될 때가 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역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이들 외에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배우’가 있다. 또한 연준의 정책 목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지만, 그들의 정책 수단(금리 등)은 결국 금융시장을 통해 작동하게 돼 있다. 연준이 금융시장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이는 것은 건전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삼의 법칙

전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삼이 2019년 만든 미국 경제 불황 예측 지표. 직전 3개월 실업률 평균이 직전 12개월간 3개월 평균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졌을 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클라우디아 삼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로 현재 투자회사 뉴센추리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2007~2019년 연준에서 근무하면서 고용과 가계 지출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2019년 실업률을 이용해 경기 침체를 감지하는 ‘삼의 법칙’을 고안해 주목을 받았다. 이 법칙은 현재 연준에서 공식 경제 데이터로 관리한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브루킹스연구소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등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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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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