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부부 70쌍 탄생” 은행권, 고액자산가 맞선까지 나선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그래픽=챗GP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행이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액자산가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단순 금융상품 운용과 투자 자문을 넘어 자녀들의 맞선을 주선하고 사교 공간으로 점포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의 성장은 고액자산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 달린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비금융 서비스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자산관리(WM)본부는 20여년간 고액자산가 대상 단체 맞선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현재까지 1700여명이 참석했으며 결혼한 사례만 60커플 이상이다. 행사 참여자는 대부분 20~30대 청년층이다. 이들은 인연이 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사교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나은행 측은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 등급 고객 본인 또는 자녀를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가연의 특별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가연은 고객의 성향, 이성상 등 정보를 기반으로 1년간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는 우리은행의 초고액자산가 특화 점포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이 주요 고객이다.

은행권은 직접적인 맞선 자리뿐만 아니라 고액자산가 본인 및 자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사교 모임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고액자산가 특화 점포는 일반 점포와 달리 사교 모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한다. 주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대상으로 하는 국민은행의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신한은행 ‘PWM 패밀리오피스’, 하나은행 ‘클럽원(Club1)’, 우리은행 ‘투체어스W’ 등 특화 점포에 들어서면 라운지에는 카페 시설이, 다이닝룸에는 와인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일부 점포에는 프라이빗한 영화 감상이 가능한 미디어룸도 있다. 고객은 언제든 점포 내부 공간과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하나은행 '클럽원한남', 신한은행 '신한 Premier 패밀리오피스'. /김수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외 은행은 고액자산가 고객에게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민은행은 ‘골드앤 와이즈’ 점포별로 고객 니즈를 고려해 플라워레슨, 퍼스널컬러, 와인클래스 등 맞춤형 클래스를 제공한다. 또 VIP고객을 대상으로 국내외 유명 클래식, 대중가수의 공연도 직접 기획한다. 신한은행은 ‘Premier 패밀리오피스’ 멤버십을 통해 차량 의전, 여행일정 관리, 호텔예약, 명품 구입, 골프 부킹 등 컨시어지(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약 대기가 수개월인 유명 레스토랑의 예약을 제공하거나 국내 프로골퍼와 동반 골프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해 차별화된 경험도 제공한다.

최근 은행권이 고액자산가를 위한 비금융 서비스 확대에 나선 데는 이들의 고객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큰 고액자산가들은 자산관리 수수료나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아울러 상속·증여, 세무·부동산 등 단순 WM 형태에서 더 넓어진 사업영역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핵심 사업이다. 이미 고액자산가를 위한 프리미엄 금융서비스는 은행마다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있는 만큼 은행권은 비금융 서비스를 다양화해 서비스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이자이익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WM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목표다”라며 “WM 강화를 위해서는 소수의 고액자산가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금융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매칭이나 사교모임 통로를 제공해 고액자산가 대상 비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